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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케케묵은 카드 규제…현실 외면한 금융당국
[기자수첩] 케케묵은 카드 규제…현실 외면한 금융당국
  • 이보라 기자
  • 승인 2018.09.17 07:35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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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경제부 기자

[아시아타임즈=이보라 기자] “카드사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크게 발전했는데 카드 불법모집에 대한 제재는 아직도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불법모집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불법 카드 모집인 중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람은 382명에 달했다. 2013년 22명, 2014년 32명, 2015년 45명으로 늘다가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단속으로 인해 급증했다.

이처럼 불법모집이 횡행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현실적이지 않은 규제가 자리잡고 있다. 카드모집인은 대부분 생계형으로 불법일지라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모집인은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길거리나 공공시설에서 모집해서도 안 된다. 카드모집인들은 연회비 10%룰과 같은 규제는 비현실적인 데다가 다른 업권과 차별적으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보험업법상 보험상품 판매시 사은품 제공 한도는 3만원이다. 카드모집인은 연회비가 10만원인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에게 1만원까지밖에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카드는 연회비가 10만원을 넘지 않아 1만원보다 더 낮은 금액의 사은품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규제를 완화하면 불법모집이 줄어들게 될 테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이를 고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 발급 남용을 이유로 카드모집인에게는 연회비의 10%까지만 돌려줄 수 있도록 했지만 온라인으로 카드를 신청하면 연회비의 100%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카드모집인과 카드업계에서 오프라인에서는 카드 모집을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고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 발생한 카드대란 사태와 관련이 깊다. 당시 정부에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펼치면서 카드사들은 소득, 상환능력여부는 보지 않고 마구잡이로 발급해왔다.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카드가 무분별하게 발급되면서 수백만명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현재 신용카드 발급기준은 연간 가처분소득이 600만원(월 50만원) 이상으로 카드 발급을 신청한다고 해도 무분별하게 발급되지 않는다. 카드사들 또한 연체율을 낮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막고,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카드가 과잉 발급되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당국의 십수년째 해묵은 규제를 그냥 두고 있다. 이는 혹시 또 문제가 생길까 지레 겁을 먹고 현상유지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회비 10%룰을 굳이 유지해 불법모집을 양산하는 요인으로 둘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듯 금융당국도 혁신을 시작할 때다. lbr00@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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