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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미 칼럼]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
[유연미 칼럼]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
  • 유연미 논설위원
  • 승인 2018.09.17 08:35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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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미 논설위원
유연미 논설위원

A: “아, 30대에 입었던 옷인데~ 다음 해에는 꼭 입어야지, 입어야지 하면서 20여년을 흘려 보냈네. 올 가을에는 꼭 한번 시도해 보고 싶은데, 이젠 나에게 영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너무 어색해 해”(매년 반복되는 혼잣말이다)

B: “괜찮아 입어봐. 그때의 기분으로 말이야. 요사이 유행하는 거야. 색상, 옷감 모두 훌륭해. 무엇보다도 몸무게도 그대로고. 아마 그것을 입으면 적어도 한 십여 년은 젊어 질지 몰라. 분명한 것은 적어도 지금보다 젊어지는 단초는 제공 할 거야”

A, B모두 필자의 독백이다. 옷장 앞에서다. 여러 해 묵은 옷을 보면서 A와 같은 중얼거림,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한 마음의 갈등일 게다. B의 독백, 마침내 필자 자신이 그 옷을 입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십여 년이 젊어 질 수 있다? 글쎄. 물론 단지 그 당시의 옷을 입었다고 해서 그 나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옷을 입었다는 자체가 그 당시의 감정으로 오늘의 자신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그 이유는 한 실험이 생각나서다. 바로 앨렌 랭어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이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엘렌 랭어. 그는 1979년 한 실험을 한다. 대상은 여덟 명으로, 70-80대의 시니어다. 특이사항은 자신의 기본적인 일들을 하기에도 버거운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한 것이다. 이 실험대상자들은 외딴곳의 한 장소에서 1주일간 공동생활을 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둘. 먼저 1959년에 살았던 것처럼 이야기 하면서 생활할 것, 나머지 하나는 ‘청소와 설거지 등의 집안일은 자신이 직접 할 것 등이다.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1959년 당시의 상황으로 꾸며 놓았다. 방안에는 자신들의 사진, 물론 그 당시의 것으로 걸어 놓았다. 그리고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들, 역시 그 당시에 방영되고 개봉되었던 것들이다. 그야말로 1959년의 ‘추억여행’을 떠난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 당시를 ‘연기’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당시 자신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주일 후 그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놀랍게도 ‘참가자들의 신체 나이와 지능 등은 50대의 수준으로 향상되었다’고 한다. 물론 설거지, 청소 그리고 걷기 등의 일상생활의 수행능력도 눈에 띄게 나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7일간 6명의 참가자들이 ‘30년 전의 시간여행’으로 떠났다. 그들 모두 실험 후 ‘기능뿐 아니라 피부까지 좋아졌다’는 건강검진의 결과를 받았다. 특히 가수 한명숙씨의 모습은 고무적이다.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 없었던 실험 전의 그의 모습, 실험 후 그는 지팡이 없이도 걸어 다니는 모습이다.

교수 랭어는 이러한 변화를 ‘육체를 지배하는 마음의 힘’이라고 했다. 이는 ‘생각에 따라 신체 나이 또한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빈말이 아니었다. 이 실험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렇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혹시 마음에 아끼는 옷들이 오랫동안 장롱 속에 갇혀 있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올 가을 시도 한 번 해보자. 마음도 젊어지게 하는 그 당시의 그 옷, 젊음을 위한 과거 ‘추억여행’을 제공하는 단초로 말이다.


yean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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