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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불신 자초한 사법부…'재판소원' 도입하자
[강현직 칼럼] 불신 자초한 사법부…'재판소원' 도입하자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8.10.04 15:14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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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10여 년 전 법원재판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사업을 하는 한 지인이 중앙아시아에 진출하기로 하고 금융기관에서 상당한 금액을 투자받기로 약속 받았다. 정권이 바뀌고 금융기관 대표가 바뀌고 금융기관의 약속은 헌신짝이 되었다. 사업가는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었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는 법원을 찾았고 금융기관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변호사 등 모든 이들은 소송에서 이길 것이라고 용기를 주었고 어느 정도 피해를 보상받아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법원은 억울한 사업가 보다는 막강한 금융기관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 초기 금융기관의 약속 폐기를 질타하던 재판부가 입을 맞추기라도 하듯 자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의가 무너진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재판에 대한 억울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법원 재판을 소재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부러진 화살’이 있다.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한 교수가 복직소송을 벌이다 패소하자 판사를 찾아 가 석궁을 쏜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사법부는 영화 개봉 전부터 영화내용을 반박하는 보도 자료를 내며 파문 차단에 나섰지만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큰 논란을 불러왔다. 재판관에게 석궁을 쏘는 위해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사법부가 권위만 내세우며 실체적 진실을 외면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재판 결과에 승복 못하고 대법원까지 항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 상고하는 억울한 심정이야 오죽하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수록 항소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밑져야 본전이니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도 있겠지만 대부분 억울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 항소하는 것이다.

사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로 시간이 지난 뒤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많다. 멀쩡한 국민을 잡아 고문하고 간첩으로 몰아 사형선고를 내린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조봉암씨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처형했고 대법판결 18시간 만에 8명을 사형시킨 민청학력사건이며, 작곡가 윤이상씨 등 194명의 유학생과 교민을 간첩죄로 사형과 무기징역을 판결한 사건 등 우리나라 사법역사는 말 그대로 흑역사다. 나아가 최근에도 위안부 문제, KTX 근로자 복직사건, 쌍용차 해고사건, 전교조 법외노조사건 등 민감한 재판들을 거래 도구로 사용했다니 기가 차다.

대법원 판결이 이럴진대 하급심 판결은 어쩌겠는가. 판사가 학연, 지연, 변호사 로비, 전관예우 심지어 뇌물에 의해 판결을 한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신뢰는 이미 잃은 지 오래다. 이제 국민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판결이 내려지면 재판을 둘러싼 거래와 흥정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상고법원과 법관의 해외 파견 등을 위해 민감한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데 용서할 수가 없다.

차제에 법원판결이 옳았는지 다시 살피는 ‘재판소원’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 독일 등 유럽 많은 국가가 헌법재판소에서의 재판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재에서 법률위헌심판, 탄핵 심판, 정당 해산 심판, 권한 쟁의 심판, 헌법소원만을 다루고 있지만 스웨덴, 체코, 러시아 등과 같이 헌법 소원 대상에 법원 재판을 포함시키는 것도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다. 사법부가 자초한 불신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고 했다. ‘판결의 요체는 밝게 살피고 신중히 생각하는데 있을 뿐이다. 사람의 생사가 나 한 사람의 살핌에 달려 있으니 밝게 살피지 않을 수 없겠으며 사람의 생사가 나 한 사람의 생각함에 달려 있으니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산 정약용이 법관의 판결은 공정해야 한다며 ‘목민심서’에서 설파한 글이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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