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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한때 “만병통치의 건강 원소”로 각광 받은 라돈(상)
[김형근 칼럼] 한때 “만병통치의 건강 원소”로 각광 받은 라돈(상)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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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방사성원소 라돈(radon)이 계속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급기야 라돈 공포증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있다. 우물물에서 검출된 것을 시작으로 침대로, 이제는 다시 집안의 석벽에까지 옮겨가고 있다. 라돈만큼 말썽 많은 원소도 없다. 폐암을 일으키는 도심의 무법자인가 하면 여전히 건강을 위한 유명 온천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유명 온천들의 속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라돈 온천이다.

라돈에 대한 과학적 상식을 좀 알 필요가 있다. 원자번호 86인 라돈(Rn)은 라듐(Ra)의 붕괴로 생성되는 무거운 방사성 비활성기체로 건강에 해롭다. 그래서 라돈 가스로 부르기도한다. 반감기는 3.2일이다. 가장 안정적인 동위원소는 반감기 3.8일의 Rn-222으로 방사선 치료에 사용된다

가스인 라돈은 집 안이나 지하 같은 밀폐된 장소에 축적될 수 있으며 폐암의 원인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여기에 흡연에 의한 니코틴까지 합류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기면서 그 가능성은 훨씬 많아진다. 라돈이 폐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은 기체로 폐 속으로 흡입된 다음, 다시 다른 고체 방사성 동위원소로 바뀌어서 몸 속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와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갖는다.

기준 수치가 문제일뿐이지 우리는 늘 주위에 많은 양의 라돈과 함께하고있다. 라돈은 화강암 기반에 특별히 많이 존재하는 우라늄(92)과 토륨(90)이 붕괴할 때 나오는 원소이기 때문이다. 화강암 건축물도 무시 못할 양의 방사선을 방출한다. 전주의 “라돈 아파트” 사건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생각된다. 대리석에서 방출되는 라돈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차역인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역>이란 제목의 영화도 화강암에서 나오는 방사능을 주제로 해 인기를 끌었다.

건물의 지면에 스며들어 올라오거나 지하에서 응축되는 라돈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우물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라돈을 전문적으로 탐색하고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 직종이 따로 존재할 정도이다. 라돈 서비스 회사는 주로 라돈이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팬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돈을 번다. 아마 ‘라돈 공포증’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사업 종목이다.

라듐은 은색의 광택이 있는 부드러운 금속으로, 1898년 유명한 여성 물리학자 마리 퀴리 부부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들은 강한 방사성을 갖고있는 폴로늄(polonium)과 마찬가지로 10톤 이상의 피치블렌드(pitchblende, 역청우라늄석)에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다. 이 원소는 어두운 곳에서 푸른 빛을 발했기 때문에 ‘빛’을 의미하는 ‘라듐(radium)’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라듐 발견 4년 후, 남편 피에르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퀴리는 라듐 연구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랜 세월에 걸쳐 방사선을 쬔 탓에 1934년에 재생불량성 빈혈로 세상을 떠났다. 방사성원소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그녀도 몰랐기 때문이다.

라듐은 발견 당시 ‘새로운 원소’,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성질’ 등의 이유로 각광받았다. 그 신비로움 때문인지 엉뚱하게도 그 빛을 쬐면 인체에 이롭고 심지어 젊음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요즘 사람들이 게르마늄 찜질방에 다니거나 은나노 타령을 하는 것처럼 라듐의 빛을 쬐는 유행이 열풍처럼 일어났다. 당시 열풍의 수준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 정도로 일종의 ‘만병 통치약’으로 취급할 정도였다. 라듐이 주는 ‘어둠 속을 밝히는 성질’ 때문에 사람들은 마치 종교적인 환상을 갖고 이 광물을 대했다. 그러나 그 종교적 환상이 선사한 것은 질병과 죽음뿐이었다. 라듐은 그야말로 죽음을 부르는 ‘죽음의 천사’였다.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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