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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이 세상의 자녀에게
[정균화 칼럼] 이 세상의 자녀에게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10.09 11:1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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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난 아직도 어딘가로 가고 싶어. 갑자기 내가 사라지면 남쪽 어딘가 바닷가에서 조용히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단 말이야?”, “나처럼 조용히 주부로 살아온 사람이 항상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이상하지? 그러다가 내가 살고 싶었던 바깥세상은 나와 동떨어져 있는 바깥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라는 울림을 들었어. 내가 헤매고 방황하던 ‘이게 아닌데’가 아니라 ‘바로 이게 그것’이라고 말이야", “그럼 이제는 엄마 찾으러 남쪽 바닷가를 헤매고 다니지 않아도 되겠네?” 전업 주부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노년을 맞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이야기『엄마의 공책: 부끄럽고 아름다운 著者 서경옥』이다.

평범한 주부인 저자가 어머니와 시어머니 그리고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같이 살아가는 것의 의미, 딸을 키우는 즐거움, 주부가 되어서도 품고 있는 꿈 등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묻어나는 글들이 감동을 전한다. 일제 강점기를 젊은 나이에 보낸 저자의 어머니는 당신 이외에는 자기를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일 처리에 있어서는 남에게 절대 의존하는 법이 없고 강하고 흐트러짐 없는 정신력으로 남에게 폐를 절대로 끼치지 않는다. 그런 어머니가 가끔 섭섭할 때도 있지만 저자는 어머니의 홀로서기를 통해 모든 일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라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어머니라는 자리에서도 늘 저자는 세상으로 나가서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고 싶다는 마음을 깊숙이 품고 있다. 그런 그녀가 들려주는 어머니와 주변 인연들의 이야기는 긍정적이면서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해준다. 이 책은 우리가 닮고 싶었던 어머니의 모습과 어머니가 되어서 살아가는 우리시대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를 생각하노라면 고마움과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는 딸들이 있는 반면, 분노나 원망, 깊은 아픔을 기억하는 딸들도 있다. 분석심리학자들은 이처럼 아버지에게 특별한 영향을 받은 딸을 ‘아버지의 딸’이라고 표현한다. 이때 아버지의 특별한 영향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또 부정적이기도 하다. 이런 딸들은 형제자매 중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은 딸이기도 하고, 아버지와 닮지 않으려고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아버지를 닮아가는 딸이기도 하다.


아버지로 인해 행복하거나 불행한 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아버지의 딸,著者 이우경』은 말한다. 지금까지 숱하게 이야기되었던 어머니와 딸,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기대와 실망, 흠모, 사랑, 배신이 엉켜 있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재조명해봄으로써 여성 그리고 딸의 삶에서 아버지 혹은 아버지라는 한 남자의 영향력을 알아채기 위한 시도이다.

심리학 박사이자 임상심리전문가인 저자가 아버지와의 관계 손상으로 힘들어하는 내담자와 환자, 그리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진솔하면서도 세심하게 풀어냈다. 이 세상에는 그리움과 고마움, 행복한 추억으로 아버지를 기억하는 딸들이 있는 반면, 분노나 원망감, 깊은 아픔으로 아버지를 기억하는 딸들도 있다. 심리학 용어로 표현하자면 아버지와 딸 사이의 미해결 과제(unfinished business)가 남아 있는 탓이다. 저자는 한때 자기분석 시간을 통해 스무 살 무렵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꿈도 미래도 사라진 것을 깨달았는데, 그 기저에 아버지의 물리적 부재를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데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의 영향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땅 속 깊은 곳에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딸들과 아버지들의 특별한 관계에 불을 밝히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많은 딸과 아버지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분석심리학자들은 아버지에게 특별한 영향을 받은 딸을 ‘아버지의 딸(father’s daughter)’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아버지의 특별한 영향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또 부정적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아버지의 딸이긴 하지만 단지 아버지의 딸로서가 아니라 온전한 ‘나’ 그리고 한 ‘여성’으로 이 세상에서 당당히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의 깊이는 측정할 수 없다. 그것은 다른 어떠한 관계와도 같지 않다.그것은 삶 자체에 대한 우려를 넘는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지속적이고 비통함과 실망을 초월한다.”<제임스 E.파우스트>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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