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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한때 “만병통치의 건강 원소”로 각광 받은 라돈(하)
[김형근 칼럼] 한때 “만병통치의 건강 원소”로 각광 받은 라돈(하)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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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아이러니하게도 라돈을 없애려고 큰 돈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강에 좋다는 믿음으로 라돈을 잔뜩 머금은 공기를 맡기 위해 우라늄 광산 주위의 동굴온천으로 모여드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믿음은 오늘날보다 100여년 전에는 더욱 성행했다. 많은 온천들이 상당량의 방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방사능이 처음 연구되었던 백여 년 전에는 어느 누구도 그 위험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유명 온천들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누구도 왜 그러한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유명 온천들이 방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 이유가 확실해졌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이 훌륭하고 새로운 방사선이라는 녀석이 우리에게 확실한 건강을 선사하는구나.”

그 후 수 십 년 동안 방사성이라면 뭐든지 사족을 못 쓰는 건강 열풍이 일었다. 하지만 그 열풍은 이를 지지하던 사람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끝났다. 라돈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비참하게 죽었기 때문이다.

1932년 상당한 양의 라듐이 함유돼 있던 라디돌(Radithor)이라는 건강음료를 즐겨 마신 한 아마추어 골퍼가 엉터리 방사성 건강제품 열풍을 완전히 종식시켰다. 에벤 바이어스(Eben Byers)라는 이 사업가는 부유한 난봉꾼이었는데 라디돌을 하루에 석 잔씩 마셨다고 한다.

그의 죽음에 관하여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드라인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라듐 용액은 바이어스 씨의 턱을 썩어 떨어져 나가게 할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식품의약국(FDA)은 미용 및 의료장비에 방사성물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라듐을 오용하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차차 늘어났다. 그들은 퀴리 부부에게 자신들의 사연을 호소했다. 퀴리 부인의 남편 피에르 퀴리는 마차 사고로 죽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라듐이 해로운지 아닌지를 증명하려고 자신의 팔에 라듐 결정을 끈으로 묶어 고정시켜 피부에 궤양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마리 퀴리 역시 방사선 장애로 인한 병으로 죽었다. 또, 이 두 사람의 스승인 앙리 베크렐은 퀴리 부부로부터 받은 정제된 피치블렌드 광석을 윗옷 앞 주머니에 기념품처럼 가지고 다니다가 역시 종양으로 죽었다. 피에르가 자신의 몸에 실험한 것도 이 사건 이후의 이야기다. 이러니 소위 라듐 웰빙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경악하고도 남을 일이다.

라듐이 인체에 피해를 미친다는 사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알려진 것은 시계 공장에서 일어난 ‘라듐 소녀들’ 사건이었다. 라듐은 예전에 시계의 야광도료용으로 쓰인 적이 있다. 도장공들은 문자 판의 작은 점이나 선을 그리기 위해 붓을 이용해 가늘게 해서, 수작업으로 도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도장공들이 차례차례 암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라듐 걸즈’라 불리던 그 여성들은 기업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서 라듐의 위험성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재판 결과, 1명에 1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되었고 그들은 승소했다. 하지만 이 소녀들은 보람도 없이 차례차례 방사능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물론 이 사건 이후 작업환경은 대폭 개선되었다.

수년 전 암 집단 발병으로 우려를 낳고 있는 전북 남원시 이백면 내기마을 음용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었다. 내기마을 음용수에서 미국 환경청 권고 기준의 최고 26배를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된 것이다. 이처럼 라돈은 말썽 많은 원소다. 그러나 ‘라돈 침대’에서 볼 수 있듯이 빛이 나는 라듐을 신화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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