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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미 칼럼] 풍훤(馮諼)이 생각나는 까닭은?
[유연미 칼럼] 풍훤(馮諼)이 생각나는 까닭은?
  • 유연미 논설위원
  • 승인 2018.10.14 09:58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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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미 논설위원
유연미 논설위원

따뜻한 아랫목이 간절한 오늘, 마음은 가을바람만큼이나 스산하다. 창문 틈 사이의 바람은 차다. 마음도 차다. 설익은 나뭇잎은 땅에서 뒹굴고 있다. 구겨진 한 조각의 자존심, 그 위에 내동댕이 쳐있다. 그 낙엽은 워싱턴의 하얀 집에서 날라왔다. 바로 이것,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는 지난 10일 강경화 외교장관의 국정감사의 5·24 해제 관련 발언에 대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반응이다. 이로 인해 나라 안팎이 시끌벅적 하다. 물론 이번 사태의 단초는 강경화장관의 ‘실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폄하발언 수위, 인내의 임계점에 달했다. 지난 2001년 3월 부시 미국대통령은 미국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을 ‘디스 맨’, 2003년 5월 노무현대통령을 ‘이지 맨’이라 불렀다. 그것도 공식식적인 자리에서다. 지난 9월에는 문재인대통령을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됐다’고 했다. 일종의 조롱이다. 블룸버그 통신이다.

급기야 미국은 우리나라를 ‘속국’으로 몰아 넣고 있다. 못된 버릇이 다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발언에서다. “한국,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못해”. 그것도 한 번도 아닌 세 번씩이나 반복했다. 이에 대해 “협의 강조한 것’, 청와대의 공식 논평이다. 처연하기조차 하다. 숫자 3은 ‘완전함’을 의미한다. 속국임을 분명하게 하려는 요량이다. 그 외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미국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말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가? 그렇다. ‘냉엄한 현실’이다. 비참하고 참담하다. 나아가 ‘모욕’적이다.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망신이다. 오만하기 그지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 성숙하지 못한 발언에 정작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분노? 그리고?

그렇다. 아무것도 없다. ‘외교적 결례’? ‘주권 침해’? 웃기지 마라. 허공의 메아리다. 미국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답은 하나다. 힘 없으면 지혜로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현실, 직시해야 한다. 현명해야 하는 이유다. 외교적인 문제는 더욱더 그러하다. 꾀 많은 여우처럼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세 개의 굴을 준비하는 여우, 이것이 ‘교토삼굴(狡兎三窟)’이다. 외교에서 새겨둘 전략이다. 스산한 가을 바람에 풍훤(馮諼)이 생각나는 이유다.

풍훤은 중국 제나라의 사람으로 재상 맹상군의 식객이었다. 그는 맹상군의 맞닥뜨린 어려움들을 지혜로움으로 대처하며 전화위복 시킨 인물이다. 풍훤이 발휘한 세 번의 지혜, 그 덕에 맹상군은 재상의 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교토삼굴이 유래되었다.


yean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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