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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컬러’의 비밀
[정균화 칼럼] ‘컬러’의 비밀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10.15 08:5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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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요즘은 옷부터 자전거 헬멧, 요실금 패드까지 여성을 위한 제품이 남성이나 소년을 위한 것과 똑같은데도 더 비싸다. 2014년 11월 프랑스의 여성부 장관인 ‘파스칼 부아스타르’는‘핑크색이 사치의 색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트에서 핑크색 일회용 면도기가 1개에 1.93달러인 데 반해 파란색 일회용 면도기는 10개 들이에 1.85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이제는 ‘핑크세금(pink tax)’라고 일컫는다.”이와 같이 컬러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일상에서, 일터에서 우리는 컬러와 함께 살아가지만 색깔이 가진 이름과 힘과 의미를 알지 못한다.

가장 세밀하고 감각적인 ‘색의 지도’가 나왔다. 매일 보는 색부터 미술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색까지… 그 이름과 그 색에 얽힌 75가지 형형색색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엔 색이 있다. 반 고흐가 사랑한 크롬 옐로, 나폴레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셸레 그린, 역사상 가장 논쟁적 색상인 누드까지 컬러가 품은 이름과 사연들은 모두 특별하고 경이롭다. 색이 품고 있는 다채로운『컬러의 말,著者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이야기이다.

‘컬러의 비밀스런 삶’를 꾸준히 써온 디자인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재기발랄한 컬러 모험기로, 때론 잔인하고 때론 낭만적인 색의 세계로 안내한다. 매일 색을 다뤄야 하는 사람이라면 색에 대한 깊은 영감을, 색과 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색을 제대로 이해하는 안목을 준다. 색깔의 탄생 스토리부터 변천사, 색이 지닌 메시지까지 색에 관한 친절하고 흥미로운 ‘색 이야기’로 가득하다.

역사, 사회, 문화, 정치, 예술, 심리까지 오가며 색에 관한 놀랍고 비밀스런 이야기들이다. 색깔이 주는 신비한 매력에 끌려 예전부터 색에 관한 고문헌을 탐독한 애서가답게 저자가 선택한 색깔과 그 비하인드 스토리는 강렬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모비 딕을 쓴 허멀 멜빌이 그토록 묘사하고 싶었던 고래의 흰색은 과연 어떤 색이었을까? 고흐가 빛을 담고자 했던 크롬 옐로는 왜 ‘해바라기’를 결국 시든 모습으로 변화시키게 되었는지? 사프란이 인간의 사랑을 받다가 전쟁의 씨앗이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 삶이 색을 벗어나 생각할 수 없듯, 색깔 이야기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귀결되며 색의 숫자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사연을 품고 있다.

색에 대해 예민하게 느끼는 컬러 감각은 이제 더 이상 예술가나 디자이너, 혹은 컬러리스트들만의 필수 덕목이 아니다. 패션, 뷰티, 인테리어, 요리까지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컬러 감각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빨강보다 더 빨간 어떤 색을 표현해줄 단어, 오늘 본 파란 하늘을 더 잘 묘사해줄 단어를 원하는 사람에게 이런 ‘컬러의 말’이 해답을 줄 것이다.

새삼 금발머리컬러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신들, 동화의 남녀 주인공들, 모델들은 전부 금발이다. 금발의 여종업원은 팁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60년대 클레이롤의 염색약 광고에 등장하는 문구처럼 ‘한 번 산다면 금발’이다. 다음은 카키색에 관한 이야기이다. 흙과 피로 얼룩진 4년 반 뒤 제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며 카키는 군대의 상징 색으로 자리 잡았다. 징집 또는 거부를 당한 남성은 작은 빨간 왕관을 수놓은 카키색 완장이나 팔찌를 착용했다. 그리고 전쟁 발발 후 몇 달 동안 격앙된 젊은 노동 계급 여성이 팔찌에 너무 공격적으로 반응해 ‘카키 열병’이라고 놀림 받게 되었다.

‘카키색을 입지 않겠습니까?’라고 독려하는 포스터나 감상실에 울려 퍼지는 노래, 제복 등을 통해 눈에 잘 안 띄는 카키는 끊임없이 자기 자리를 넓혀나갔다. 이와 같이 색에 대해 예민하게 느끼는 컬러 감각은 이제 더 이상 예술가나 디자이너, 혹은 컬러리스트들만의 필수 덕목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컬러마케팅은 중요한 브랜드 이미지 확립전략이었다. 바야흐로 컬러마케팅시대이다.

색상으로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컬러의 도입은 코카콜라 등 식음료를 비롯한 가구, 자동차, 가전 등 전 분야에 걸쳐 이미 확산되어왔다. 색상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 전략은 홈 인테리어는 물론 패션의 흐름까지 반영하고 있다. 컬러 마케팅의 효시는 1920년대 미국 파커 사로, 파격적인 빨간색 만년필을 시장에 내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색채는 모든 눈에 보이는 것 중에서 가장 신성한 요소이다." <존 러스킨>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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