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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도한 상속세가 ‘100년 기업’ 막는다는 주장에 동의 한다
[사설] 과도한 상속세가 ‘100년 기업’ 막는다는 주장에 동의 한다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10.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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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지배력을 지닌 21세기형 초우량 강소기업을 우리는 ‘히든챔피언’이라고 부른다. 이는 1996년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이 동명의 저서를 출간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지금은 보통명사처럼 자리매김 한 기업분류 개념이다. 그가 말한 ‘히든챔피언’이란 글로벌 시장지배력과 높은 성장구조, 탁월한 생존능력에 더해 생산제품의 전문성과 다국적기업과의 경쟁우위에 있는 기업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러한 잠재능력을 지닌 우리나라의 초우량 강소기업들이 상속세 부담을 못 견뎌 경영승계보다 기업매각이나 해외이전 등을 택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1973년, 75년에 각각 설립되어 한 때 콘돔과 손톱깎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중견기업 유니더스와 쓰리세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두 회사는 30년 이상 경영을 이어온 중견기업이었지만 1세대 창업주 사망 후 회사가 매각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세계가 인정하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견실한 성장을 거듭했으나 끝내 가업을 잇지 못했다. 기업승계에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조세제도가 강소기업 역사를 끊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산업의 허리를 떠받치는 상당수 강소기업들의 역사가 최소 100년에 이른다는 독일이나 벨기에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부과되는 상속세의 명목 최고세율은 50%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일본의 55%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지분상속으로 경영권을 넘겨주는 기업승계 때는 30%의 할증이 붙어 세율이 더 높아져 실제 부담하는 세율은 65%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기업을 가족에게 물려주려면 일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기업가치 1,000억 원 중견기업을 가족에게 승계하는 순간 오너가 가질 수 있는 지분이 3분의 1토막 나는 셈이다.


반면 OECD 35개국 중 30개국은 직계비속 기업승계 때 상속세 부담이 없거나, 세율인하 혹은 큰 폭의 공제혜택을 제공한다. 독일의 경우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승계하면 상속세 명목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춰준다. ‘가업상속 공제혜택’까지 더하면 최고세율은 4.5%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천국으로 불리는 벨기에도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을 80%에서 30%로 대폭 감면해주며, 독일같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더하면 실제 부담세율은 3%에 그친다. 100년 기업이 자랑이었던 일본 역시 고율의 세율로 가업승계가 줄어들자 상속세 납부유예 등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 달리 기업승계 때 지분의 65%를 국가에 헌납해야하는 한국은 강소기업을 키우기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애써 키운 기업을 반 토막 내서 물려주는 것보다 회사처분 후 빌딩을 사서 상속하는 게 낫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승계에 징벌 적 세금을 물리는 조세제도가 강소기업 역사를 끊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스갯소리로 넘기기 어렵다. 또한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요건이 워낙 까다로워 활용도가 현저히 낮다. 사업영위기간 10년 이상,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유지 등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한해 이용건수와 금액은 2016년 기준 76건, 3,200억 원에 불과하다. 

수년 전 연 매출 2,400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갑자기 잘못되면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감면해주면 2∼3년 안에 법인세, 부가가치세로 상속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며 한국에서의 기업승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100년 기업’을 키우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젠 우리도 경총이 지적하듯 기업승계 문제를 부의 대물림, 불로소득이라는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일자리창출과 유지, 고유기술과 노하우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때가 됐다. 정부 역시 ‘100년 기업’ ‘100년 가게’ 육성이라는 허망한 구호만 외칠게 아니라 기업승계에 실질적 보탬이 될 수 있는 세율인하, 공제요건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국부유출과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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