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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무용지물' 인사청문회
[강현직 칼럼] '무용지물' 인사청문회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8.10.22 17:00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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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관 공백사태를 해소하고 다시 9인체제로 정상화되기까지 무려 한 달이 걸렸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비위가 국민의 눈높이를 넘어섰다는 지적과 함께 자격 논란이 일었다. 비록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위장전입과 코드인사, 정치적 편향 등 자질과 식견, 도덕성 등이 헌법 가치의 최후 수호자로서 적임자인지 아직도 의문으로 남는다. 법을 지키지 않은 사람도 헌법을 다루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인사청문회에 회의가 든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이 안 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유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딸의 위장전입, 피감기관 건물 입주 의혹, 지방의원의 사무실 월세 대납 의혹, 후원자 지방의원 공천 의혹, 대학교수 경력 의혹, 남편 재산 축소신고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져 임명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도 7만 건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어 6번째다. 청와대가 7대 비리·12개 항목의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어 적합한 인물을 발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헛구호가 됐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장치로 인사권의 남용을 막고 공직 후보자가 적합한 직무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갖추었는지를 검증하는 제도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어 이한동 국무총리가 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이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총장 등 4대 권력기관장들도 청문회 대상으로 포함되는 등 인사청문 대상은 63명에 이른다.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관 13인, 헌법재판관 3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3인 등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나 장관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 강행한 사례는 이명박정부 17건, 박근혜정부 10건 등 30명에 이른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청문회에서 터져 나오는 후보자의 비리 의혹을 보면 개탄할 만한 수준의 것들도 있지만 대통령은 대부분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동의를 골자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매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의결하지 않을 경우 장관 후보자 등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소관 상임위인 국회운영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고, 논의 한 번 없이 폐기됐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회 본회의 의결이나 상임위원회에서의 인준 투표 등, 나아가 사전에 철저한 검증을 담보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 신설 등 묘책을 구해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 중에서도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나라는 미국과 필리핀, 한국 정도다. 미국의 인사 청문과 검증은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운영된다. 200개가 넘는 항목을 스스로 점검하고 이를 기초로 백악관 인사국, FBI 신원조회, IRS(국세청) 세무조사,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에서 다방면으로 후보자를 검증한다. 상원 인준이 필요한 대상은 연방판사, 대사, 각 행정부처의 고위직, 군 고위직 등 2000여 명에 이른다. 모든 후보자에 대해 인준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철저하고 객관적인 사전검증을 통해 적격자를 찾는다.

오늘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있다. 조 후보자도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세금 탈루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나 문재인 정부 옹호 글, 연구비 미신고 등 많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이 또다시 실망하는 청문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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