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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H, 스스로 '갑'이라는 오만함을 버려야
[기자수첩] LH, 스스로 '갑'이라는 오만함을 버려야
  • 최형호 기자
  • 승인 2018.10.25 15:59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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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최형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아시아타임즈=최형호 기자] 과거 자치구의 청년 창업 지원에 대한 취재차 서울의 한 구청을 방문했을 때다. 당시 해당 구청은 기자만을 상대하는 홍보팀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유관 부서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어보고 다녔다.

햇병아리 시절때라 기자라는 타이틀이 어색해서, 혹은 게으른 탓에 마감시간이 촉박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청년 벤처기업의 지속성'을 위해 구청은 어떤식으로 도움을 줄 건지 물어봤다.

이 때문에 당시 구청 직원은 기자를 청년창업 지원을 받기 위해 온 청년인줄 인식했는지, "서류를 놓고 가라"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네?"라고 하자, "말 귀 먹었어요?"라고 되묻더니, 쌀쌀맞은 말투로 "서류 놓지 말고 디시 가져가세요. 그리고 다음에 올 때 두 번 이상 같은 말 물어보지 마세요. 안 그럼 안 받아줘요"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기자라고 밝히고 취재를 요청했더니, 조금은 당황스러워하며 "제가 왜요?"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이런 태도로 청년들을 도와준다고요?"라고 말하자, 다른 직원들이 가세해 "어떤 일로 왔냐?"며 다시 되묻기 시작했다.  

이미 기분이 나빠 있었기에 "저 직원분이 서류를 도로 가져가라 했다"며 "만약 진짜 청년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었으면, 저 직원 때문에 꿈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직원도 일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이후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하며 이후 흔히 갑질로 통하는 '오만한 태도'는 오간데 없이 태도를 낮춰 청년 창업에 대한 구정 비전을 친절히 설명해줬다.

그때 알았다. 을의 입장에 섰을 때 결정권자인 갑의 태도는 늘 오만하다는 것을 말이다.

실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결정권이 적용되는 곳에는 관리자 입장이 되는 공무원들의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정권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공신력을 갖기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업체들도 선정을 따내기 위해 결정권자인 이들에게 암암리에 금품 향응을 제공하고, 결국 넘어간 결정권자는 더욱 큰 것을 바라게 되고, 이게 하나의 인습이 돼버리는 구조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특히 이런 현상은 건설현장에서 흔히 나타나는데, 일례로 공공기관 건설부문 대표적인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매번 감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 LH는 매번 직원 갑질논란 때문에 국회 국정감사, 공정거래위원회, 아니면 LH 자체감사 등에 매년 적발된다.  

이번에도 LH의 현장 직원 A씨가 사고를 쳤다. 1975년생인 A씨는 50대~60대 아버지뻘인 현장소장들에게 고압적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회식비를 강요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던 것이 LH 내부 감사에 적발됐다.

메시지에는 "3시30분까지 집합" "늦으면 초당 1000원" "현장 퇴출할 1호로 선정한다" "억울하면 계약특수조건 봐라" "상금 50만냥, 20만원어치만 쏘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장 감독 2명은 50년생, 59년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하도급 업체들과 가진 6번의 회식 중 5번을 업체들에 비용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식 장소도 주로 A씨 본인의 자택 인근으로 정하기도 했다. A씨의 집은 공사 현장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본인은 편하게 먹고, 푹 잘 심산이었을지 몰라도, 하도급업체들은 회식후 1시간을 달려 집을 가야했다.

A씨는 LH자체 감사에서 "친근감의 표시"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A씨가 LH의 '취업규칙' 7조 규정을 어겼음에도 1개월 감봉의 징계라는 솜방망이 처벌과 함께 같은 현장을 복귀했다는 것이다.

결국 하도급 업체는 A씨의 두 가지 선택권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당시 기자가 구청에서 겪었던 것처럼 관리자(A씨)가 더 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가식적으로라도 하도급업체에 친절을 배풀던지, 아니면 또 다시 친근하게 행동해 감사에 적발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이다.

매년 하도급업체 갑질로 적발되는 LH다. 포털에 'LH 갑질'만 검색해도 쏟아지는 기사가 수두룩하다.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LH 임직원의 범죄와 비리는 총 59건, 이 가운데 뇌물수수는 26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까지 최근 3년간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8명이 파면이나 해임되기도 했다.

LH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갑질 논란을 일으키며 나쁜 인습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갑질 없는 LH가 되겠다"는 구호만 매년 외치지 말고, 진심으로 갑질하지 않는 LH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rhyma@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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