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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삶의 킹핀(king pin)
[정균화 칼럼] 삶의 킹핀(king pin)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11.07 08:5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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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민혁이 담임입니다. 학교에서 아이가 쓰러져서 지금 앰뷸런스로 이송 중입니다. 병원으로 오세요.” “수업시간에 갑자기 쓰러져서 호흡곤란이 왔어요. 앰뷸런스 이송 중에도 숨을 제대로 못 쉽니다.” 청천벽력같이 앰뷸런스라니. 어디가 얼마나 다쳤는지 자세한 얘기도 없이 선생님의 당황한 목소리는 끊겼다.

회의를 중단하고 분당 서울大병원으로 내달렸다. 팔다리가 후들거려 운전을 못하겠다. 팀 직원이 대신 차를 몰았다. 응급실은 대낮부터 북새통이다. 허둥지둥 눈으로 아이를 찾으니 산소마스크를 한 채 응급실 한쪽 구석에 누워 있다. 아들은 양말만 신은 채 실려 왔다. 옆에 있는 친구는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풀죽어 아들 운동화를 들고 서 있다.

천식이 심해서 호흡곤란인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집에서 쉬던 아이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다. 호흡이 곤란한 것은 물론이고 심한 경련을 동반한 것이다. 누가 보면 간질이라고 할 만한 발작은 30분 이상 계속되었고, 아이는 마치 죽을 것처럼 눈을 뒤집고 괴로워했다. 119를 부르고 병원으로 이송하고 검사는 시작되었다. 발작이 심해지자 뇌 신경계부터 시작한 체크는 며칠이 계속되었다. 한 가지 검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상 없음’ 소견. 다행이긴 한데 그럼 뭐란 말인가? 검사를 위한 입원과 퇴원을 포함해 일주일 이상 병명 미상으로 병원을 들락거렸다.

그 사이에도 아들은 하루 몇 번씩 발작을 일으켜 내 심장을 졸아붙게 만들었다. 24시간 뇌파검사는 1인 병실에서 거의 온몸에 모니터를 주렁주렁 달고 진행한다. 최후로 진행한 이 검사의 목적은 아이의 발작이 페이크(fake)인지, 뇌 쪽의 문제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결과는 공황장애. 난 이때까지 그런 병명은 들어본 일도 없었다.[성공이 전부인 줄 알았다. 著者 유세미]에서다.

‘환자는 엄마에 대해 적대감이 있어요.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거죠. 아마 오래 전부터였을 겁니다.’ 아들의 상담치료 결과는 충격이었다. 엄마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거라 믿었던 아들은 무의식적으로 엄마에 대한 적대감과 방치되었다는 외로움이 마음속으로 병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깊은 병 속으로 도피해 버린 아들과의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후 폭풍 같은 고난은 그녀에게 인생을 다시 가르쳤다. 시련은 모습을 달리한 축복이라고 한다.

“저는 영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빨리 걸어온 나머지 우리 영혼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딴 짓의 본질은 ‘돌아옴’에 있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딴 짓이 아니라 일탈이다. 딴 짓은 일상을 벗어나 잠시 내면에 집중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험한 지배와 조종의 네트워크가 판치고 있는 세상이다. 잠시 나를 멈추고 서서 자신을 돌아볼 여백이 없다면, 거센 세상의 물결에 휩쓸려 순간의 생존에 허덕이다 삶의 묘미와 축복을 다 놓쳐버릴 수밖에 없는 척박한 나날이다. 내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내가 더 나다워지는 시간을 경험하도록 도와주는[딴 짓의 힘, 著者김충만]이다.

일탈과 달리 딴 짓을 하고 돌아왔을 때는 딴 짓하기 전 상태와 확연히 달라진다. 딴 짓은 감각과 생각의 자극을 통해 통찰과 몰입을 경험하고 나서 삶의 주도권을 찾는 과정이다. 북미 캐나다의 어느 지역에서는 강을 이용해 벌목한 통나무를 운반하는데, 수천 개의 통나무들이 뒤엉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순간이 발생한다. 이것을 로그잼(log jam)이라고 하는데, 이 순간을 풀어 통나무가 다시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의외로 간단한 이 방법은 적체의 한가운데 있는 통나무 하나를 치워주는 것인데, 이 통나무를 바로 킹핀(king pin)이다. 킹핀을 치워주면 모든 통나무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 하류로 잘 흘러간다.

누구의 인생에나 로그잼의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낙심하고 손 놓고 있으면 영원히 적체된 상황만 반복된다. 바로 그때 삶의 킹핀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일상과 일생의 모든 순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이를 통해서 우리의 고난과 아픔의 킹핀을 치워주실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될 것이니라.“(롬8:17)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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