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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닌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되도록 하려면
[사설]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닌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되도록 하려면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11.08 09:18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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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개봉되어 많은 주목을 받은 유하 감독이 연출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있다. 파격적인 제목과 같이 ‘조건과 사랑’ 사이에 고뇌하는 이 시대 남녀의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그린 작품인데 이 같은 영화적 상상이 현실화 되고 있다. 6일 통계청이 전국 13세 이상 3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 선 것은 관련 조사 시행 이후 처음이다. 반면, 결혼하지 않은 채 남녀가 동거할 수 있다는 응답도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번 조사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의 비율은 48.1%로 2010년 64.7%, 2012년 62.7%, 2014년 56.8%, 2016년 51.9%를 기록한 것에서 보듯 지난 10년 새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결혼문화에 대한 인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실제로 통계청이 집계하는 월별 혼인건수도 매월 최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2010년 40.5%를 기록한 이후 올해 56.4%까지 치솟은 비혼 동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로 비혼 출산에 대해서도 30.3%가 동의하면서 2년 전 같은 조사 때의 24.2%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결혼에 대한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주목받는 것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는 저(低)출산과 생산가능 노동인구 저하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결혼을 포기하는 비혼 인구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원인으로 사상최악의 청년실업, 치솟는 집값, 자녀양육비 부담 등을 꼽는다. 일자리가 없으니 결혼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행여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더라도 주거비를 포함한 막대한 비용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또한 자녀를 낳을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통상 20여 년에 이르는 양육과 교육비 부담을 덜어 줄 사회복지장치도 아직 미흡하다.


얼마 전 국토연구원이 1인 청년(20~30대)가구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집세를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으로 꼽았다. 이들은 현재 주거비가 향후 내 집 마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청년들은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웨딩 컨설팅업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평균 결혼비용은 2억3000여만 원. 이 중 주택자금인 1억6700만원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결혼비용만 6200만 원 이상이다. 이른바 ‘금수저’가 아니라면 자립으로 주택자금과 결혼자금 마련은 사실상 언감생심이다.

최근 정부가 양육비 부담을 덜겠다며 도입한 아동수당도 결혼을 장려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 대다수가 ‘출산장려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부모 10명 중 7명은 아동수당이 결혼이나 출산결정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집과 결혼 등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저축과 절약을 하기보다는 이를 일찍이 포기하고 현재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세대가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사회현상은 암울한 현 시대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연애와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N포세대’의 등장으로 취미생활이나 인간관계 등 비경제적 부분을 위해 경제적인 부분을 포기하는 인구가 점차 느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혼 가구, 1인가구 등의 증가는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비혼 인구의 증가가 생산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을 불러 국가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활동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닌 ‘최고의 선택’이라는 확신을 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비혼 인구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소득이 보장되는 안정된 일자리를 늘리고, 주거와 양육비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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