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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이익공유제 법제화’ 철회가 옳다
[강현직 칼럼] ‘이익공유제 법제화’ 철회가 옳다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8.11.08 16:59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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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정부와 여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익을 나누자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기로 하자 경제계와 산업계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는 중소기업들도 우려를 감추질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내세운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협력기업과 계약을 맺고 물품 등을 판매해 발생한 재무적 성과를 사전 약정에 따라 공유하는 협력 모델로 대기업이 제도를 도입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법제화를 추진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위헌 소지 뿐 아니라 대기업과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경영활동의 ‘자기 부담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를 기업 자율 시행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참여기업에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을 주는 등 사실상 준강제적 조치라는 반응이다. 결국 참여 수준에 따라 또 다른 블랙리스트처럼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국제 협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해외 기업이 이익 공유를 주장하며 불만을 제기할 수 있고 국내 업체들과만 이익을 공유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국제 협정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기업이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대기업과 협력사가 1대 1인 경우 이익 배분이 가능할지 모르나 대기업이 많게는 수천 개의 협력사를 두고 있어 이익 배분을 산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려면 협력사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의 본질을 무시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 본질은 이익을 극대화하고 그 이익은 소비자와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정부가 나서서 이익을 나눠주라고 하는 것은 주주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으며 이익을 강제 배분할 경우 기업 혁신 활동이나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협력이익공유제가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현재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 수는 전체 중소기업의 20% 정도로 일부 중소기업에만 부여되는 특권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기업이 국내 협력업체보다 의무가 없는 해외 협력업체에 의존한다면 오히려 중소기업을 죽이는 결과를 불러 올 수 도 있다.

대기업 이윤을 나눠주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이 목표를 넘는 이익을 내면 협력사에 나눠주는 이익공유제를 제안했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익 공유제가 사회주의 용어인지, 자본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법제화 대신 기업 자율로 확대하겠다고 번복했다.

실제 대기업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에 이미 상당한 투자하고 있다. 상생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개발·해외진출·채용 등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사례가 많다. 삼성은 지난 8월 1·2차 협력업체 중심이던 지원 대상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해 펀드 규모를 총 3조 원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으며 현대기아차그룹도 해외 생산 기지를 구축하면서 협력사들의 동반 진출을 적극 지원, 2000년 41개사에 불과했던 해외 동반진출 협력사 수는 현재 772개사에 이른다. 또 SK그룹은 임금 공유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LG그룹도 올해 협력사 동반성장펀드와 무이자 직접대출 등 8581억을 지원하고 있는 등 올 9월까지 6360개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소재 대학 상경계열 교수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76%는 협력이익공유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하고 '부합한다'는 의견은 10%에 그쳤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로 중소기업을 핍박한다면 개선하고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겠지만 이익을 인위적으로 나눈다는 발상은 적절치 않다. 기업들이 활력을 찾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옳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무리한 정책은 결국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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