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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희건설 지뢰제거사업 "틀린 것은 틀리다"
[기자수첩] 서희건설 지뢰제거사업 "틀린 것은 틀리다"
  • 최형호 기자
  • 승인 2018.11.08 17:2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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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최형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아시아타임즈=최형호 기자] 서희건설이 지뢰제거사업에 나선다고 밝힌지 4개월 가까이 됐지만, 건설업계 및 국회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지뢰제거업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도 나지 않는 사업을 굳이 남북경협이 활발히 전개되려는 시점에 왜 뛰어들었는지, 아직도 미지수라는 얘기다. 

지뢰제거업법은 지난 2014년부터 법 제정을 위해 4차례 국회 안건에 상정됐지만 번번이 고베를 마셨다. 돈벌이도 되지 않을뿐더러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주 이유다.

현재도 이 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여전히 제정되기 위한 길은 험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조차 공익이 우선시 돼야 하는 지뢰제거가 영리추구로 이어지는 사업화가 돼가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희건설이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틈새시장' 공략으로 회사를 키워온 만큼 '서희다운 선택'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대부분이 "돈벌이가 안 된다"는 사업의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더 나아가 다른 이면이 존재할 것이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실제 국방부에서 몇몇 건설사에 지뢰제거사업 제안을 했지만, "수익이 안 된다"는 이유로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서희건설은 이 사업을 지난 6월 추진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시점에 서희건설 주가는 40%가까이 폭등했고, 공익사업을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로 거듭나기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한국지뢰연구소와 손잡고 펼친 이 사업은 업무협약을 맺은지 20일 만에 파기됐다.

당시 지뢰연구소는 "협약대로 공입사업 추구는 물론 지뢰연구가 육성이 우선돼야 하는데, 서희건설은 이를 배제하고 지나치게 영리에만 목적에 뒀다"며 파기 이유를 밝혔다.

이후 지난 9월 이봉관 회장은 지뢰연구소 관계자와 만나 "지뢰제거를 함께 하자"며 설득에 나섰지만, 지뢰제거연구소는 결국 장고를 거듭한 끝에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사해, 제뢰제거 업무 협약은 종결됐다.

다만 이 일이 해프닝으로 끝내기에는 아직도 찜찜한 일들이 남아있다.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리다"는 이 회장만의 원칙에 이번 일이 위배되는 것이 주 이유다.

사실 지뢰제거사업은 실향민 출신인 이 회장에게 숙원사업이었다. 실제 이번사업에 이 회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뢰제거사업은 서희건설 입장에서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남북공동사업 중 하나로 전개될 수 있는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주택사업이 주였던 서희건설 입장에서는 토목 위주인 남북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겨남과 동시에, 지뢰제거사업이라는 서희건설 만의 틈새전략도 다시 한 번 입증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희건설은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바로 이 회장이 서희건설을 설립할 때 내세운 원칙 "옳은 것은 옳고 틀인 것은 틀리다"이다.

사실 지뢰제거사업은 세계 어디를 봐도 민간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는 나라는 한군데도 없다. 일례로 세계대전을 치룬 독일과 1970년대 월남전으로 희생된 베트남도, 당시 원조를 통해 지뢰제거 사업을 진행했지만, 지뢰제거를 통해 영리를 취한 것이 아닌, 공익 목적의 지뢰제거 기관에 투자했고 이 곳에서 지뢰제거 기술자들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 때문에 독일과 베트남의 지뢰제거 기술력은 한국보다 앞선다.

또한 전쟁의 잔여물인 지뢰를 제거하는 것에 대해 기업의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은 국내 정서는 물론 세계적인 가치관에서도 어긋난다. 여기에 수익성 또한 거의 전무하다. 아직 민간이 지뢰제거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없어 절대적 평가기준도 없지만 지뢰전문 업계는 1년에 50억원 안팎의 수익이 날 것이라 예상했다.

시공순위 30위권 건설사가 연 50억원 안팎의 수익을 내기 위해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든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설령 지뢰제거 사업에 뛰어들었어도 과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지뢰제거업법을 보면 우선 지뢰제거를 하려면 토지 소유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디에 있을지 모를 지뢰를 제거하는데, 여기저기 땅을 들쑤셔야 하는데, 과연 땅주인이 허락해줄지 의문이다.

더욱이 민간이 담당하게 되면, 하청업체에 공사를 맡길 수 없다. 또한 서희건설은 지뢰제거 사업을 추진하기에 '기술력, 인프라, 정부의 허가' 모두 전무한 상황이다.

서희건설이 어떤 명분과 근거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서희건설은 지난 9월 22일 공시를 통해 임시주총에서 지뢰제거사업을 사업정관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힌바 있다.

다만 기자가 서희건설의 지뢰제거사업을 취재해 본 결과, 이 사업은 "옳은 것은 옳다"가 아닌 "틀린 것은 틀리다"라는 결론이다. rhyma@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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