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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현장] CGV, 故 김기영을 회상하다…헌정관 가보니
[AT현장] CGV, 故 김기영을 회상하다…헌정관 가보니
  • 류빈 기자
  • 승인 2018.11.20 02:35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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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관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배우 윤여정 (사진=CJ CGV 제공)
김기영관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배우 윤여정 (사진=CJ CGV 제공)

[아시아타임즈=류빈 기자] “예술가는 앞서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김기영 감독은 그 시절에 쇼킹한 영화를 만드신 분이다. 천재라는 말을 쓰기 싫어하는데 그 분은 정말 천재셨다. 어렸을 때는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천재라기보다 기괴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데뷔를 김 감독님 작품으로 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지난 16일 저녁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김기영관(ART 1관)' 개관식 행사에 배우 윤여정이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김기영관’은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고(故) 김기영 감독(1919~1998)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영관이다.

이날 윤여정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1972년 개봉작 ‘충녀’ 상영과 함께 헌정패 증정, 시네마톡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윤여정을 비롯해 김기영 감독 장남 김동원 씨와 관객 12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헌정패를 받은 김동원 씨는 “벌써 작고 하신지가 20년이 지났다. 내년은 탄생 백주년이 되는 해다. 오늘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행사라고 본다. 훌륭한 헌정관을 만들어주신 CGV에 감사하다. 아주 독창적이고 훌륭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작품을 관람하고 아버지의 작품 세계가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이해가 되기를 바란다. 사실은 저희 아버지 작품이 생존 시에는 말년에 돌아가시지 전에나 주목을 받았지 그전에는 많은 분들이 이해를 못했다”며 “살아계실 때 많은 고뇌를 갖고 영화를 만드셨다. 사후에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훌륭한 감독으로 남게 되서 가족으로써 자랑스럽다. 저희 아버지 작품뿐만 아니라 여러 좋은 작품들을 상영해서 한국 영화에 많은 기여를 하는 상영관으로 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영한 영화 ‘충녀’에 대해 윤여정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윤여정은 “젊은 분들이 김 감독님 영화를 보러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어렸을 때는 감독님 영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지금 많이 후회가 된다. 이제는 감독님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좀 더 오래 사셔서 다시 한번 작품을 찍으셨다면 더 잘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 작품 중 3편이나 출연한 배우는 윤여정이 유일하다. 1971년 당시 드라마 장희빈으로 유명세를 떨친 윤여정은 그 이전에 김 감독의 1971년작 ‘화녀’를 통해 영화계로 첫 발을 들였다. 이어 ‘충녀’, ‘죽어도 좋은 경험’ 등 총 3편의 영화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윤여정은 “화녀를 하고 나서 장희빈으로 인기를 얻게 되니 영화계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당시 영화보다 드라마를 찍는 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었던 때였다”며 “충녀 때는 김 감독이 ‘두 번이나 쓰는 걸 영광인 줄 알아라’는 말로 설득을 하셨던 거 같다. 화녀 땐 신인이니까 돈을 조금 줬는데 충녀할 때는 신성일 선생님이 받는 만큼 출연료를 주셨다. 의상 투자에도 신경써주시고 여러 가지 배려를 해준 덕분에 3편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촬영할 때는 재밌지 않았다.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따라하면서도 이걸 왜 하지 이해가 안간다고 생각했다. 천장에서 쥐들이 떨어지는 장면 등 여배우로서 촬영하기 쉽지 않은 장면들도 많았다”면서 “김 감독님이랑 많이 싸우기도 했고 짜증도 냈다. 감독님은 늘 ‘나는 신인 배우밖에 안쓴다’며 다른 배우들을 예로 들면서 ‘나를 떠나면 망한다. 왜냐하면 내 지도대로 따라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연기를 다른 데 가서 못한다’고 설득했다. 훌륭하신 감독님인데 그땐 몰랐다. 다른 상업영화를 하고 나서야 비교가 됐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김 감독이) 김지미, 최무룡 선생님도 다 발굴을 하셨다. 정말 아이디어가 많이 앞서가신 분이고, 그 시절에 혼자 제작, 시나리오를 다 하고, 카메라를 아는 감독님은 유일하다고 들었다. 정일성 촬영 감독님이 말하길 카메라 렌즈를 대한민국에서 정확하게 아는 감독은 김 감독 밖에 없다면서 꼼짝 못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영화를 위해서 태어 나셨던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김기영관 (사진=류빈 기자)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김기영관 (사진=류빈 기자)

김기영 감독은 당시 영화 시나리오부터 음악, 소품, 미술, 포스터까지 독창적인 자신만의 감각으로 그로테스크한 작품세계로 개봉 때마다 놀라움을 안겨줬다. 인간의 노골적인 욕망과 성적 충동, 혼란을 담아낸 그의 영화는 6·70년대 부일영화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영화 등 각종 감독상, 작품상을 휩쓸며 한국 영화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

김 감독은 90년대에 이르러 시네필을 통해 ‘컬트 영화의 신’으로 숭배 받기 시작했다. 1997년 제 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최된 회고전을 기점으로 전 세계 관객과 평단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게 됐다. 박찬욱 감독, 마틴 스콜세지 감독 등 국내는 물론 세계 거장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1998년 자택에서 갑작스런 화재로 사망한 후에도 제 48회 베를린영화제 회고전, 2006년 프랑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회고전 등을 통해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편, 지난 2016년 CGV아트하우스 서면 ‘임권택관’과 압구정 ‘안성기관’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CGV용산아이파크몰에 ‘박찬욱관’을 개관한 이후 만들어진 ‘김기영관’에는 김기영 감독 대표작 6편의 아트포스터와 연대기, 영화평론가들의 헌정사 등을 전시했다. 영화 전문 도서관 'CGV 씨네 라이브러리'에는 김기영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와 관련 도서를 특별 전시한다. 한국 영화산업과의 상생 및 발전을 위해 헌정관 수익의 일부는 내년 초 김기영 감독의 이름으로 한국독립영화에 후원할 예정이다. rba@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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