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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여성의 히스테리는 영원한 미스터리인가?
[김형근 칼럼] 여성의 히스테리는 영원한 미스터리인가?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11.20 08:51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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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요즘은 그런 경우가 완전히 가신 듯하다. 그러나 몇 십년전만해도 20대 후반이나 30대에 들어선 여성 가운데서 조금이라도 화를 내는 눈치가 보이면 ‘노처녀의 히스테리’라며 비하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는 스트레스라는 말이 거의 없었던 시기다.

스트레스는 의학적으로 하나의 질병이다. 그러면 히스테리(hysteria)는 무엇일까? 히스테리는 질환일까 아니면 그저 한 때의 불편한 기분 정도일까? 정신적 장애는 아닐까? 만약 정신적 장애라면 왜 그 원인을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불과 50년에 불과한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히스테리의 역사는 아주 깊다. 기원전 460년경 ‘의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히포크라테스는 히스테리에 대해 연구한 끝에 “히스테리는 엄마의 자궁의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생기게 된 병”이라고 주장했다. 기원전에도 히스테리는 말썽이었다는 이야기다.

정신분석학자들은 19세기를 히스테리의 시대라고 부른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였다. 마치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처럼 성은 완전히 금기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히포크라테스의 주장처럼 히스테리는 여자에게만 있는(female hysteria) 정신적 질환이라고 생각했다. 노처녀의 히스테리라는 말이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 그러나 히스테리는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다.

히스테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해 체계를 세운 사람은 19세기말 프랑스의 신경과학자로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피에르 자네(Pierre Janet)와 역시 프랑스의 신경과학자인 장-마틴 샤르코(Jean-Martin Charcot)를 들 수 있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의 대가로 알려진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샤르코의 영향을 받았다. 프로이트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든 것이 바로 히스테리다.

이러한 의사와 심리분석가들에 의해 히스테리가 무엇인지 알려지기 시작했다. 히스테리는 정신 신경증의 일종이다. 이 병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갑작스러운 발작과 부분적인 마비 증세, 그리고 일시적인 시각장애가 동반되는데 원인은 불명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프로이트와 더불어 정신분석의 대가인 칼 융이 감정적으로 까지 충돌하게 된 것이 바로 히스테리였다.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증후를 성에 대한 기억과 환상이 억압되어 신체적 증후로 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노처녀의 히스테리’를 성에 대한 욕망이 억압되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사실 프로이트는 모든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는 성에서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칼 융은 성적 접근만으로 모든 문제의 해결은 불가하다며 무의식 세계를 주장했다. 그는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의 모든 것을 성에서만 찾는 창조성을 결여한 범성욕주의(pansexualism)라고 비판했다. 프로이트는 융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허구로 가득한 신비주의라고 맞섰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히스테리 환자의 뇌에서 어떤 장애나 화학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신경계통의 병인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아무런 원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히스테리의 역사는 그렇게 길다.

히스테리는 20세기,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있다. 의학전문가들도 이 병을 정신의학과 신경학 중 어느 분야로 포함시켜야 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50년 동안 정신의학과 신경학 관련 서적에서 히스테리에 대한 언급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아마 히스테리라는 단어조차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19세기처럼 히스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길 바란다. 그게 성적 욕구에 대한 결핍이든, 아니면 스트레스와 같은 어떠한 다른 원인이든 간에 말이다. 만약 그러한 관심이 사라진다면 히스테리는 계속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히포크라테스도 주시했던 그렇게 오래된 병이 말이다.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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