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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정도 넘은 ‘김정은 미화’
[강현직 주필] 정도 넘은 ‘김정은 미화’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8.12.03 09:14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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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 위원장 미화가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미 공동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인식을 같이해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실현은 쉽지 않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한 자료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할 필요성이 절실할 경우 전격 성사될 수도 있지만 현 상황에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답방과는 다르게 김 위원장 미화 논란은 소위 보수와 진보, 진영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준비한다는 단체들이 급격히 생겨나면서 급기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김정은을 ‘위인’으로 규정하고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는 외침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친북 성향으로 알려진 한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로 우리가 본 김정은 위원장은 겸손하고 배려심 많고, 결단력 있고, 배짱 좋고, 실력 있는 지도자였다. 근데 거기에 유머러스까지 한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선전 매체들은 이를 인용 보도하며 체제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며 미화가 단편적이고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 위원장 미화 논란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깍듯하게 환대하는 모습이 생중계되자 독재자로 묘사됐던 그의 이미지가 친근함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평화 분위기에 힘입어 각종 패러디가 등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EBS미디어는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지도자 4인' 입체 퍼즐을 출시하면서 '평화의 주역'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꼽고 김 위원장을 ‘세계 최연소 국가 원수’라고 표현했다. 검은 인민복 차림에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인형의 설명 카드는 김 위원장을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에 올라 북한의 제1인자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고 소개하고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약속을 했다’고 적었다. 카드는 이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보장 등에 대해 합의를 하면서 세계 평화로 나아가는 새로운 지표를 마련했다”라고도 했다. 잔혹한 숙청과 개인 우상화로 1인 지배체제를 굳힌 독재자를 평화의 지도자로 미화한 것이다.

물론 보수단체들은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단체들을 비난하며 맞불집회를 펼치고 “김정은을 혼내야지 어떻게 비호하냐”며 규탄했다. 이들은 ‘김정은 미화’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검찰에 고발하고 김 위원장의 사진이나 인공기를 찢기도 했다. 극명한 분열을 보이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과연 무엇을 남길까, 청와대는 김 위원장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특히 서울 방문을 앞두고 나오는 김 위원장에 대한 지나친 미화가 이념의 골이 깊어지는 우리 시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한다. ‘미래지향적 대화 상대로서의 북한’과 ‘인권탄압이 횡행하는 공산주의 북한’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에 대한 지나친 미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 정상의 만남 특히 위험을 감수해야 할 서울 만남은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에 확실한 진전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남북평화 분위기에 해가 될 수 있다면 문재인정부는 굳이 ‘연내’라고 시기를 상정하고 서둘 필요가 없다. 김 위원장을 과도하게 미화하고 과격 구호를 내걸어 국민 여론을 분열시킨다면 이는 결코 통일과 남북평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란 이벤트만으론 지연되고 있는 한반도비핵화 행보를 한꺼번에 다시 달리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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