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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과 탐욕이 난무한 ‘사법농단 막장드라마’ 마지막 퍼즐은?
[사설] 권력과 탐욕이 난무한 ‘사법농단 막장드라마’ 마지막 퍼즐은?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12.04 09:15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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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은 같은 날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재판 등 특정재판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더해 지난달에 법조계 안팎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국내최대 로펌 ‘김앤장’을 압수수색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6개월간 이어진 검찰수사의 표적은 양 대법원장을 향하고 있다. 정의는 간 곳 없고 이토록 썩어 문드러진 사법부를 민낯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검찰이 사전영장을 청구한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의 법원행정처장 후임인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옛 통합진보당 재판에 개입하고, 각급 법원 공보관실의 운영비를 편법 편성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5년 자신의 집무실에서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수차례 비밀회동을 갖고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연 및 전원합의체 회부여부를 확인해준 사실도 파악했다. 사법부의 수장이 일제 전범기업의 소송대리인에게 사건진행 과정과 향후 절차까지 설명한 것으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비밀에 부쳐진 대법원 내 심리방향을 재판의 일방 당사자에 유출했다는 점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전원합의체 소위원회 위원장이자 전원합의체 재판장이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지난달 12일 김앤장 소속 곽병훈 변호사와 한 모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3일 밝혔다. 곽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한 변호사는 일본 전범기업 측 소송대리를 맡았다. 두 변호사는 일제 강제징용 소송 당시 양승태 대법원 측과 접촉해 재판지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곽 변호사가 강제징용 소송을 비롯해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의견을 조율하는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지난 9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지만 그동안 법원에서 영장이 계속 기각돼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은 사전영장이 청구된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처리가 마무리 되는대로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사건을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상 지시 관계에 따른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법 사건의 최종 책임은 조직의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있다는 의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차장에 이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도 공범으로 적시됐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달 중순쯤에는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구속영장 청구도 불가피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등 사법농단사건의 최종 책임자이자 설계자라는 판단 하에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재판개입의 규모나 성격에 비춰봤을 때 단순 실무자가 벌일 수 있는 범행의 정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분위기는 는 3일 하루 동안 검찰이 쏟아낸 내용만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사법농단사건을 요약해보면 권력의 꼭대기에 있는 청와대가 연출을 하고, 연출자의 요청에 따라 사법부가 주연으로 나섰고, 돈만주면 무슨 일이든 맡는 사악한 로펌이 조연을 맡은 한편의 ‘막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권력과 탐욕 앞에선 정의는 불편한 것이었고, 한조 각 남은 정의마저도 권력과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그릇된 모습만 보여줬다. 이젠 마지막 퍼즐을 맞춰 막장드라마를 끝내고 정의를 회복할 때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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