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12-17 12:30 (월)
[청년과미래 칼럼] ‘악(惡)’은 일상 어디에나 존재
[청년과미래 칼럼] ‘악(惡)’은 일상 어디에나 존재
  • 청년과미래
  • 승인 2018.12.07 02:28
  • 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정삼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고정삼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사건이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직원들에게 석궁과 일본도로 닭을 죽이게 하는 영상은 기상천외한 충격을 선사한다. 상식 밖의 행동을 저지르는 양회장과 같은 사회적 규범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양회장이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개발자를 폭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폭력의 잔인성과 직원을 대하는 삐뚤어진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양회장의 사고회로와 인권이 짓밟히는 현장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양회장의 삐뚤어진 특권의식이 발현한 폭력성과 잔인함이 두드러지는 영상 속에서도 충격을 금할 길이 없는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폭력의 현장에서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자신의 업무를 보는 동료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양회장이 군림하는 회사 내에서 폭력이 얼마나 일상화 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폭력과 공포 분위기가 지배적인 곳에서는 인권이 짓밟히는 상황을 목격하고도 침묵할 수 있는 걸까? 동료 직원들의 모습에서 나치의 공무원인 아이히만의 모습이 투영되어 나타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히만은 독일이 점령한 유럽지역의 유대인들을 체포하여 강제로 이주시키는 일을 담당했다. 처음에는 독일과 유럽 밖으로 유대인들을 내보냈지만, 이 후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냈다. 그 곳에서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학살당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1960년 5월, 독일의 항복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아이히만을 체포하여 이스라엘에서 전범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아이히만은 뻔뻔스럽게도 재판정에서 무죄를 주장하였다. 그는 단지 상부의 명령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그의 유죄를 주장했다. 이유는 ‘사유 불능성.’ 즉, 자신이 속한 사회의 상식과 규범을 그저 맹목적으로 따르며, 주체적으로 사유할 의지와 판단을 상실했기에 옳고 그름에 따른 이성적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특수적인 상식과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러한 상식과 분위기에 맞게 행동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주체적 판단을 유보하기 용이하다. 그러나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유할 것을 주장했다. 대전제가 잘못 세워지면 소전제, 결론까지도 모두 잘못되기에 대전제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주장한 것이다. 자신의 조직이 세운 상식, 분위기, 목표라는 대전제가 어떻게 세워져있는지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배제된 맹목적 수용은 결과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이라는 비극을 일으킨 사람들의 대부분이 우리가 흔히 아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을 언급하며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불렀다.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일순 잘못된 사회적 규범을 받아들이는 순간 악의 편에 서서 동조하고, 악을 행사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가 눈앞에 마주하는 ‘악(惡)’을 나의 사사로운 ‘안위’를 위해 외면하고 방치한다면, 다음 피해자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 당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 줄 동료는 없을 것이다. 
  kyb@asiatime.co.kr


관련기사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