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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트위터가 가장 많이 쓴 단어 ‘미투’
[강현직 칼럼] 트위터가 가장 많이 쓴 단어 ‘미투’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8.12.06 16:37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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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올해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국내 사회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스쿨미투’로 나타났다. 트위터코리아는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 피해자가 트위터를 통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미투운동’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서도 지난 1년 동안 트위터에 올라온 '미투' 해시태그 글은 무려 1,900만 건에 달했고 구글에서 미투를 검색한 나라는 모두 195개국으로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미투를 검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투는 꽤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2006년 '타라나 버크'라는 미국 여성 사회운동가가 소수 인종 여성들과 아동들이 자신이 당한 성폭력 피해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들끼리 경험을 연대하며 사회를 바꿔나갈 의도로 시작됐다. 그러나 미투가 언론에 회자되며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불과 1년 전, 헐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유명 배우들의 입을 통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미투 운동을 통해 권력을 등에 업고 성희롱과 성폭력을 일삼던 이들이 줄줄이 퇴출됐다. 와인스틴은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고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 앨 프랭컨 상원의원 등 정치인들은 정계를 떠났다. 유명 개그맨인 빌 코스비도 징역형을 받는 등 적어도 200명 이상의 유력인사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내에서의 미투 시작은 현직 여검사의 폭로였다. 국내 최대 엘리트 조직,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검찰 조직 내에서의 미투 폭로는 폭발력이 강했다. 이후 여러 분야에서 폭로가 쏟아져 나왔고 문화예술계와 정치계로 번진 미투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급 인사들의 성폭력 범죄 사실이 나왔다.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이윤택, 배우 조민기, 조재현, 정계인사 안희정, 정봉주 등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만도 20여 명에 이른다.

미투 운동은 사회에 만연된 성폭력·성차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조직 내에 숨어있던 '갑질' 문화의 민낯을 드러내는, 아직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책임이 전가되거나 개인 문제로 치부 돼 수치심과 죄책감 속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미투 운동’은 우리 예술계의 폐단을 걷어내는데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됐으며 수많은 권력형 성범죄자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고 예비 성범죄자들까지 견제하는데도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미투에 대한 인식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다. 강한 폭발력만큼 미투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 검증이 되지 않은 무분별한 폭로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에게 사회적 사형선고를 내린다. 무고였다고 밝혀진들 이미 모든 것을 잃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 조직에서 남성과 여성이 분화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가 아닌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해 이름 붙여진 ‘펜스 룰’은 ‘남성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하고 여성에게 보이지 않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와 닿는 피해를 낳는다.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은 엉뚱하게 성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수역 폭행 사건’을 둘러싸고 극명하게 나타났다. 사실을 정확히 보려는 노력보다 서로 ‘한남충(한국 남자를 벌레로 비하하는 단어)’, ‘메갈녀(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를 비하하는 단어)’라고 공격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미투' 운동에 대해 여학생은 92%가 지지하지만 남학생은 60%만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미투운동 초기부터 제기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경우 폭로자가 처벌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로 내용이 사실이어도 수사기관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면 폭로자가 처벌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년을 넘긴 미투 운동, 여성의 보호 차원을 넘어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지속돼야 한다.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하며 가해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한다. ‘남성대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허위 미투’와 무고는 경계해야 하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도 폐지돼야 한다. 여성 폭력 방지를 위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는 미투 운동의 안전장치도 조속히 요구된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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