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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신한사태'…적폐청산 올가미 걸린 금융권
'채용비리·신한사태'…적폐청산 올가미 걸린 금융권
  • 유승열 기자
  • 승인 2018.12.18 16:45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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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등에 기업들 업무에 지장
"과거 캐느라…미래 대비할 시간 부족"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화살이 금융권을 겨누면서 과거사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채 미래지향적인 목표 수립마저 소원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채용비리'와 '신한사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폐청산 프레임에 갇혀 금융사 내부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지고 경영일선은 찬바람마저 감돌고 있다. 고단한 적폐청산의 멍에를 벗어나 서민들의 금융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원성이 들끓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사태 무고 혐의를 놓고 과거사위와 대검 진상조사단간 조사 공정성에 잡음이 일고 있다. 과거사위 조사실무를 맡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대검 조사단)과 최종 수사 권고안을 확정하는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가 무고죄 유무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6일 그룹 내 경영권 분쟁으로 발생한 '신한사태'와 신한금융 측이 2008년 이상득 전 의원 측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일명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보이는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권고했다.

지난달 중순께 조사단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배임으로 고소한 일이 무고죄에 해당된다며 검찰에 별도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조사보고서를 과거사위에 제출했다. 반면 과거사위는 검찰이 신 전 사장을 기소하고 대법원에서도 일부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된 점을 들어 무고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보강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조사단과 과거사위가 한 달간 무고죄 성립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과거사위의 재수사에 대해 몇가지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2010년 발생한 신한 사태를 8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점에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 시비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과거사위의 재수사 권고는 검찰 수사와 사법부 판단까지 마친 사건을 유죄 심증으로 접근한 가이드라인이나 다름없고 형사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조사과정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조사단은 현재까지 재수사 대상자 10명 중 신 전 사장 단 한 명만 조사를 진행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사건 당사자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해 소명도 못한채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엄정한 조사와 그 정당성을 위해서는 한 명만이 아니라 가능한 모두를 조사하고 그들의 주장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상자 한 명만 조사하고 나머지는 조사조차 하지 않는 모습에 이들을 '유죄'로 몰고가고 있다는 모양새를 지울 수 없다"고 평가했다.

과거사위의 시간이 부족한 탓에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사단은 지난 10일 과거사위 회의에서 '12월 31일 종료되는 과거사위 활동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당초 6월말 끝났어야 할 과거사위의 활동기간은 두 번의 연장을 통해 12월말까지 늘렸다. 그러나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추가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2차가해 논란'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조사팀이 전원 교체되는 등 진상조사단 내부 여건상 조사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게 사실이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과거를 재조명 해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옳다고 보나 과거 심의를 다시하는 등은 법치국가에서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은채 타당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생긴다.

채용비리와 관련한 결과가 말해준다. 실제 검찰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금융지주 회장 및 시중은행장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하며 불구속 기소에 그쳤다. 또 대부분 CEO들은 이와 관련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1년 이상 넘은 기간동안 기약없는 채용비리를 파헤치느라 은행권의 CEO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아직도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실추된 리더십을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소요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도 중요하지만 너무 과거의 잘못을 들춰내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 내 일부 부서는 적폐청산 작업으로 인한 검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제대로 업무를 볼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8년이나 지나 기억에 잊혀진 아픈 상처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특히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 영속성 훼손 우려에 신뢰도마저 얼음장되고 있어 경영일선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은행 내부에 한 차례 태풍이 불더니 CEO들의 관련 재판 등이 끊이질 않고 있어 내년도 경영전략도 제대로 짤 시간이 없다"며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느라 미래 준비를 위한 전략수립마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1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적폐청산을 위해 너무 빠르게 달리다 보니 이에 대한 피로감이 많이 쌓여있는 것 같다"며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희망찬 미래를 위해 준비를 더 잘해야 하는데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y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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