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06-19 16:30 (수)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 무인화 '그늘'...키오스크 앞에선 노인들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 무인화 '그늘'...키오스크 앞에선 노인들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9.01.08 02:28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익숙치 않아, 그냥 직원이 주문받으면 안되나?”...노인의 호소   
4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롯데리아점에서 한 노인이 무인주문기계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점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영봉 기자)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뒤에 셀프계산대 이용해주세요.”

지난 4일 점심시간, 서울 동작구 한 롯데리아 매장에 들어와 한참을 서성이다가 겨우 점원 앞에 선 노인은 이 말을 듣고 머쓱하게 뒤돌아서 무인기계인 키오스크 앞으로 향했다. 점원은 밀린 주문 때문인지 노인을 신경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거 뭐 어떻게 해야 (주문)하노?”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 김모(73세) 할아버지는 혼잣말로 또 한참을 기계 앞에서 손가락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얼음이 됐다. 결국 옆에 있던 청년에게 도움을 청했고, 매장에 들어와 15분~20분 만에 겨우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최근 롯데리아를 비롯해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이 점원 대신 기계로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이들 패스트푸드점 10곳 중 6곳이 무인화 매장으로 대체되면서 스마트 기기에 다소 취약한 노인들은 소외되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주요 3대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 도입율은 60%를 넘어섰다. 롯데리아의 경우 1월1일 기준 1350개 매장 중 826개(61.1%) 매장에서 키오스크가 도입이 완료됐고, 맥도날드는 420개 매장 중 250개 매장(59.5%)이, 버거킹은 339개 매장 중 230개 매장에서 키오스크가 도입된 상태다.    

특히 롯데리아의 경우 지난 2016년 1331개 매장 중 키오스크를 도입한 매장이 437개(32.8%)에 불과했지만 2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편리함과 빠른 주문을 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도입이 빨라지고 있는 것인데 문제는 최근 패스트푸드점 이용을 선호하는 고령층들에게는 이런 빠른 변화에 적응을 할 수 없는 등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최근 패스트푸드점들이 노인들의 아지트가 되면서 소외현상은 심각해지고 있다.

4일 점심시간, 서울 동작구 한 롯데리아 매장에 들어와 한참을 서성이다가 겨우 주문대 앞에 선 한 노인은 점원이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라는 말을 듣고 머쓱하게 뒤돌아서 무인기계인 키오스크 앞으로 향했다. 기계사용이 어려웠던지 결국 옆에 있는 청년에게 도움을 청해 15분만에 겨우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사진=김영봉 기자)

◇“익숙치 않아, 그냥 직원이 주문받으면 안되나?”...노인의 호소   

“우리 같은 노인들은 이런거 사용하는게 익숙하지가 않데이. 그냥 매장 직원이 주문을 받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냥 기계로 주문하라고 하네.” 롯데리아 15분동안 키오스크 앞에 서서 쩔쩔매던 김모 할아버지의 말이다.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일대의 패스트푸드점들을 3시간 동안 관찰한 아시아타임즈는 무인기계 앞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김모 할아버지는 기자가 무인화 기계사용에 대한 질문에 “난 못하겠어. 못하겠더라고! 매장 직원에게 주문 받으려고 했더니만, 그냥 기계에서 주문하라고 해서 혼꾸멍났다 아이가. 젊은 친구들은 잘하는데 우리는 몇 번을 해도 잘 안 돼”라고 토로했다. 

김 할아버지는 “그냥 예전처럼 사람이 주문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매번 반복되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소외감도 느껴진데이. 내 뿐만 아니라 우리 친구들도 주문을 어려워 한다니까”라고 말했다.  

이날 버거킹과 맥도날드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버거킹과 맥도날드는 키오스크와 직원주문을 동시에 받고 있었다. 이 때문에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노인들 보다는 매장 직원에게 직접 주문 받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버거킹에서 만난 정모(69세) 할머니는 “다른 커피집에 비해 싸서 자주 온다”면서도 “하지만 기계로 주문 하는게 너무 힘들고, 몇 번을 물어서 해봐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친구들 대부분 기계사용이 힘들어 그냥 직원에게 주문을 한다. 처음에는 롯데리아가 자리가 넓어 갔는데 주문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요즘은 버거킹에서 친구들을 만난다”고 덧붙였다. 

이어 “요즘 무인화다 뭐다해서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어 걱정이다”며 “노인들을 위해 직원들이 안내해주고 주문을 받아주는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한 버거킹점에서 노인들이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점원에게 주문하고 있다. (사진=김영봉 기자)

  kyb@asiatime.co.kr


관련기사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