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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어설프게 배운 ‘집권 학습효과’
[강현직 칼럼] 어설프게 배운 ‘집권 학습효과’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9.01.07 16:4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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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새해가 되면 만나는 사람마다 덕담과 소망을 나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새해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올해 얼마나 살림이 좋아질지, 경제 상황이 바닥이라는데 돌파구는 없을지. ‘포용 사회’를 만든다는데 정책은 좀 바뀔지…

여러 대화 중 조금은 충격적이지만 현상을 정확히 진단한 대화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와 참여정부를 비교하며 이번 정부에서 정책노선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대통령이 경색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보수와의 연정을 제안하고 정책 궤도를 수정하면서 정국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진영의 대오가 흐트러졌다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탄핵으로 칩거 중 몇몇 인사들과 식사를 하며 ‘국정을 챙기다 보니 제가 변하지 않고는 안 되겠더라’는 고백을 했고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정책 전환이 이뤄졌다. 집권 진영으로부터 ‘진보 정권이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한다’는 맹렬한 비판에 직면한다.

이런 학습효과랄까. 문제인 정부는 결코 정책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집권세력들은 기존 정책 기조가 흔들릴 경우 정부의 권위가 떨어지고 정국 주도권도 잃게 되며 아무런 성과 없이 정권마저 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 뿐 아니라 인물 중용까지도 우리 진영의 사람, 제 식구가 아니면 안 된다는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진영의 인물을 기용하면 정책마저 뒤범벅이 된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배운 집권 학습이 국민의 어려움마저 정권의 도구로 생각하는 아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문대통령은 “경제발전도 일자리도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며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하고 “정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살펴보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기존 정책에 일부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해 규제혁신 등 기업의 기를 살려주겠다는 것이 아닌지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꼼꼼히 보면 기존 정책 기조를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을 촛불시위에 비유해 “촛불은 더 많이 함께할 때까지 인내해 세상을 바꿨다”며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할 때까지 인내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2018년은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기 위해 정책 방향을 정하고 제도적 틀을 만들었던 시기였다면서 2019년은 정책의 성과들을 국민께서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해 경제정책 방향을 올해는 더 강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지난 연말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올해는 사람 중심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된 원년”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높아졌고 보육비, 의료비 등 필수 생계비는 낮아졌다”고 말하고 “소득주도성장뿐만 아니라 갑을관계 개선, 일감 몰아주기 근절 같은 공정경제 분야, 규제혁신과 사상 최고치의 벤처 투자, 전기·수소차의 보급 확대 등 혁신성장에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과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해 가는데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경제정책 3대 축이 모두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 것이다.

문대통령은 나아가 “성과가 있어도 경제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한 탓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언론이 보도하고 싶은 것만 취사선택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해 마치 언론의 잘못 인양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참으로 국민이 느끼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안타까운 진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진용 교체는 빠를수록 좋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다수의 수석비서관에 대한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개편은 집권 3년 차를 맞아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순한 임무교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은 경제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부작용에 허덕이고 있고 고용은 참사 수준이며 기업 투자는 얼어붙었고 소득 불평등은 더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개편을 원하고 있다. 정책의 변화를 수반할 때 교체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생각하는 교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차제에 정책 전환도 함께 꾀하길 바란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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