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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층 복잡해진 최저임금 결정방식…‘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사설] 한층 복잡해진 최저임금 결정방식…‘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9.01.08 09:35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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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 강화를 명분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내놨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이렇듯 최저임금제도 시행 31년 만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최저임금을 둘러싼 과도한 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고용사정’을 포함한 ‘경제적 상황’을 추가하기로 한 것은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조절’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 까닭에 지난해 줄기차게 제기됐던 ‘속도조절론’을 왜 정부가 외면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초안’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의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면, 노·사 양측과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그 안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구간설정위원회는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데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사 양측과 정부가 각각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하고 노·사가 순차적으로 3명씩 배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순차 배제는 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위촉에도 사용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외관상으론 노·사 양측이 보기에 편향된 인사를 제외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로 위원회를 구성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는 방식으로 볼 수 있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고 지적한다. 노·사가 상대편 추천 인사를 배제하는 과정에서 도 다른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사가 눈에 띄는 이력을 가진 인사를 순차적으로 배제하면 별다른 이력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만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사의 순차 배제에서 남은 인사에 대해서도 이력 등을 토대로 성향 분석이 이뤄져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재연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 상·하한선을 정하는 기준으로 고용 수준과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을 포함한 ‘경제적 상황’을 추가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저임금 결정에 경제적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은 지난해 12월 노동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31호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노동자 생활보장 외에도 ‘경제적 요인’을 균형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경제적 상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먼저 정하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현행 방식에서도 공익위원이 노·사가 극한적인 대립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할 때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해 협상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설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이와 다른 점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는 것뿐이며 노사의 해석이 다를 경우 도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원회 구성과정부터 노·사의 첨예한 대립이 불붙을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구간설정위원회의 신설로 공정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올해도 고용 수준을 비롯한 경제적 상황이 작년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새로운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부터 적용되면 최저임금 상·하한선은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경영계는 환영하겠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층 복잡해진 절차로 단계마다 갈등이 표출될 경우 최저임금의 결정이 지연될 소지도 높다. 어쨌든 이번 최저임금 결정방식 개편은 정부가 최저임금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독박’을 쓰지 않겠다는 ‘꼼수’로도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려면 최종안이 도출될 때까지 논란을 줄일 세부적인 장치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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