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07-24 03:30 (수)
[기자수첩] 국민은행 노조 '명암', 총파업이 울린 경종
[기자수첩] 국민은행 노조 '명암', 총파업이 울린 경종
  • 유승열 기자
  • 승인 2019.01.10 09:05
  • 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승열 경제부 차장
유승열 경제부 차장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지난 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의 하루동안의 총파업이 일단락됐다. 이날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로 북적였다. 좌석과 경기장에 배치된 의자에는 사람들이 즐비하게 앉아 있었고, 체육관 복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열심히 일한 만큼 그에 걸맞는 댓가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노조 측 입장을 정리해보면 2014년 신입직원들부터만 적용되는 페이밴드는 또다른 차별이다. 승진대상인 직원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또 국민은행이 작년 기록한 최고의 성적표는 직원들이 피땀흘려 노력한 결과다. 때문에 허인 국민은행장도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은행은 제도 강화와 함께 약속을 깼다는 것. 최악의 사태를 피하려 했지만 노조의 선택은 총파업이었다.

막판 여론은 국민은행 노조에 등을 돌렸다. 총파업 뉴스에 달리는 댓글은 노조를 향한 포화였다.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 "많이 받는데 얼마를 더 받으려고 하느냐"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국민은행 평균연봉은 9100만원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렇지 못하다. 국세청의 '2018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근로소득자의 평균 급여액은 3519만원이었다. 지역별로 울산이 4216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은 3992만원이었다.

이 연봉을 받는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살까. 자녀를 둔 가족의 경우 한 명의 월급으로는 빠듯하다. 일상이 고되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자녀들을 맡기고 저녁 늦게 데리고 온다. 언제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매일 들지만 어쩔 수 없다.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과 육아 문제에 부딪힌다. 그렇게 일해도 내집조차 없다. 나라에서는 출산장려를 위해 남자도 육아휴직 내라고 하지만, 갔다 와서 내 자리가 없을까봐, 직장을 잃을 두려움에 내지도 못한다. 실제 기자의 지인 중 육아휴직을 당당히 낼 수 있는 직장으로 분류되는 공무원도 올해 육아휴직을 내기로 했다가 철회했다.

국민 정서상 노조의 총파업을 이해할 수 없을까. 타 금융업권은 우울한 성적표를 손에 쥔 반면 은행권 실적은 최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이며 상대적인 모습이었다. 규제와 영업환경 등 모멘텀이 사라진 시대에 호실적을 이뤄냈다. 노력한 결과이겠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면 은행이 쉽게 돈을 버는 것 아니냐는 날선 시각이 생길 수 있다. 한마디로  '배부른 요구'다.

총파업이 가져온 과제는 또 있다. 많은 인원이 자리를 비웠는데도 불구하고 은행은 잘 굴러갔다는 것이다. 일단 고객불편이 잇따랐다는 지점은 못봤다. 이날 이동하며 잠시 들렸던 지점들은 잘 돌아갔다. 고객도 많지 않았고, 대기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총파업에 참여한 인원이 사실상 없어도 되는 인력임을 방증한 셈이다.

물론 직장인들의 월급이체, 기업대출 만기 등으로 인해 업무가 많은 월초, 월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집계한 5500명에서 대략 2000~3000명은 없어도 은행은 잘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노조 추산대로 9500명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인력감축의 강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현재 은행들은 고용보장을 위해 임금피크제만 들어가는 인력에 한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엄밀히 효율성을 따지면 정리해야 하는 인력이 많은 게 좋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퇴직 신청자격이 더 확대돼 퇴직을 장려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진짜 '잉여인력'인지를 보려면 월말 진행될 예정인 2차 총파업에 달렸다. 설 연휴를 앞둔 월말이라는 점에서 점포업무가 어느 때보다 분주할 때다.

계속되는 파업투쟁은 명분과 실리 둘 다 잃을 수 있다. 신뢰를 위해서는 양보와 이해가 필요하다. 사측도 노조도 최선의 해법을 찾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아 귀와 눈을 열어야 한다. 잡힐 듯한 눈 앞의 이익을 쫒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더 큰 숲을 보고 긴 호흡으로 대해야 한다.

신뢰는 금융은 기회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국민이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국민을 위한 은행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 뒤돌아봐야 한다. ysy@asiatime.co.kr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