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02-22 02:00 (금)
[기자수첩] 금융당국의 '규제 만능주의', 변덕스런 하이킥
[기자수첩] 금융당국의 '규제 만능주의', 변덕스런 하이킥
  • 유승열 기자
  • 승인 2019.01.24 08:55
  • 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승열 경제부 차장
유승열 경제부 차장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기존보다 0.27%포인트 이상 낮아진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를 공시하면 시중은행에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산금리도 금융당국이 점검을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근거 없으면 함부로 바꿀 수도 없다. 은행이 마진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금리인하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안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한 발언이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여러 방법으로 가산금리를 올려 실질적인 금리인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 있으니, 감독업무를 통해 어떻게든 내리도록 만들 것이라며 '압박'인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치면서 금융가엔 '관치금융'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얼마나 '규제 만능주의'가 팽배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리, 수수료 등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지난 2016년 총리 훈령으로 시행된 '금융규제 운영규정'에 명시된 명백한 '그림자 규제'다.

대출금리 중 가산금리 항목을 조정하고 가감조정금리를 별도로 공시하도록 하는 등 많은 부분이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되는 모범규준에 따른 방안들이다. 비록 강제적인 성격이 없는 가이드라인이지만 금융권에서 의무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꾸준히 그림자 규제를 없애겠다고 천명해왔다. 금융위는 2015년 코치가 아닌 심판 역할을 하겠다며 규제개혁을 밝혔다. 2017년에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권고한 그림자 규제 철폐 권고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작년 8월 "경직된 사고와 그림자 규제로 개혁의 장애물이 됐던 금융당국의 행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일하는 방식도 바꿔 나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7년 말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방안을 통해 창구규제 등 그림자 규제 관행을 폐지하고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수장이 바뀌면서 스탠스를 돌연 바꿨다.

변덕스러운 금융당국의 모습에 혼란을 겪는 것은 금융권이다. 현재도 당국은 '규제 샌드박스'로 불리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시행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권에 금융혁신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보호를 외치며 그림자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은행들은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림자 규제는 많은 문제점을 가져온다.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동시에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시장가격을 정부 입맛대로 작동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더 크다. 더욱 당국이 그토록 요구하는 금융산업의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당국이 관치금융이라는 프레임을 벗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를 생각해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금융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려면 먼저 당국부터 바뀌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금융권을 규제해야 한다. 소비자보호는 결코 그림자 규제의 명분이 될 수 없다. ysy@asiatime.co.kr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