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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불임(不姙) 시대…지금은 일자리 ‘질’보다 ‘양’이 더 중요
[사설] 고용불임(不姙) 시대…지금은 일자리 ‘질’보다 ‘양’이 더 중요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9.01.28 09:11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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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반도체같이 고용창출력이 약한 산업만 성장하고, 건설과 서비스업종 등 고용창출력이 높은 산업은 후퇴했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그동안 우리나라 고용의 젖줄 역할을 해왔던 조선·자동차 업종의 부진에다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서비스업 등 산업 불균형이 극에 달하면서 경제성장의 효과가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반도체업황마저 꺾일 조짐이어서 성장과 고용 모두 극심한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우리경제의 실질적인 고용창출력을 의미하는 고용 탄성치가 0.13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0.518 이후 9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탄성치는 취업자 증가율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나눈 값으로 경제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볼 수 있는 지표로 이 같은 결과는 우리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물론 고용탄성치가 하락한 만큼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재난수준의 청년실업에 처한 한국 여건에서는 성장 잠재력에 악재로 평가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는 2682만2100명으로, 2017년보다 9만7300명(0.4%)에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7년 취업자가 전년보다 31만5700명(1.2%) 증가한 것에 비춰보면 지난해 증가폭은 거의 3분의 1토막 이하로 추락한 셈이다. 반면, 지난해 실질 GDP 증가율은 2.7%로 전년보다 0.4포인트 하락한 수준이었다. 고용탄성치가 이처럼 기록적으로 낮아진 것은 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일자리로는 연결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노동 경직성 같은 인건비 상승요인도 기업들의 채용여력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고용환경이 이 같은 지경에 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산업구조의 변화를 꼽는다.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조선과 자동차가 수주부진, 판매량 급감 등으로 수년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실업자를 양산했다. 반면 최근 한국산업을 나 홀로 지탱해온 반도체 등 전자업종은 자동화 공정이 많은 장치산업이어서 고용 유발효과가 떨어졌다. 여기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노동 경직성의 확대와 같은 인건비 상승 요인도 기업들의 채용여력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각종 규제로 제조업 대비 푸대접을 받으며 후진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서비스업의 부진도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고용 탄성치의 급전직하를 산업구조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2017년 3.1%였던 성장률은 작년 2.7%를 기록했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1.2%에서 0.4%로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고용 탄성치는 분자가 취업자 증감률, 분모가 성장률이다. 이는 지난해 고용 탄성치가 크게 하락한 이유를 성장률보다는 고용정책의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줄어든 원인을 고용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생산 가능인구의 감소세 전환, 온라인·무인화 등 자동화기기의 확산 등 인구와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라고 끊임없이 변명해 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고용악화는 자연스러운 구조변화 등에 따른 것이 아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는 정책실패로 인해 생산성이 최저임금보다 못 미치면서 고용을 막는 상황이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한다. 또한 주 52시간제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 근로조건 개선정책도 고용 탄성치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의 질’을 높이려는 정부정책이 비용 측면에서 ‘충격’을 주면서 소극적인 기업경영을 초래해 고용의 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실에도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26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상용직, 일용직 통계 등을 보면 ‘고용의 질’과 관련된 지표가 좋아졌다고 말하며, 이는 최저임금의 효과라고 강변했다. 이는 청와대의 일자리정책에 대한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금과 같은 고용불임(不姙)시대에는 일자리의 ‘질’을 따지기 보단 절대적인 ‘양’이 더욱 중요한 때라는 것을 직시하기 바란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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