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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조개혁보다 예타 면제확대 ‘꽃길’ 걷겠다는 ‘초심’ 잃은 정부
[사설] 구조개혁보다 예타 면제확대 ‘꽃길’ 걷겠다는 ‘초심’ 잃은 정부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9.01.30 10:03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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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편중 악순환을 끊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명분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키로 하면서 과거 ‘토건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위태롭게 수출에만 의존해 온 우리경제가 성장부진의 덫에 빠지자 이에 놀란 정부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그토록 비판해 왔던 방법을 답습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어 보인다. 아무리 다급하다지만 구조개혁을 통한 정상정인 방법이 아닌 손쉬운 성장의 유혹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발표한 예타 면제사업은 23개 사업 24조1,000억 원에 이른다. 그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연구·개발(R&D)투자 3조6,000억 원, 도로·철도 등 인프라 확충 5조7,000억 원, 광역교통·물류망 구축 10조9,000억 원, 지역주민 삶의 질 개선 4조 원 등이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이뤄진 38건 29조5,927억 원을 합하면 임기 3년간 총 61건 53조6,927억 원 규모에 이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는 역대 정부 중 예타 면제사업이 가장 많았던 이명박 정권의 5년간 88건 60조3,109억 원에 버금간다.

이번에 예타 면제대상에 오른 경남·전북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이에서 제외된 지역들은 역차별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예타 면제를 둘러싸고 지역 간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예타 면제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사업타당성을 검증하는 예타를 생략하고 쏟아 부은 정부예산이 부실사업으로 귀결되면, 무너진 재정원칙에 따른 부담은 결국 미래세대의 몫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편, 이번에 대상에 오른 사업들 중에서도 경제성이 불투명한 것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논란이 불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예타를 면제함으로써 수도권에 비해 낙후된 지역의 정책사업을 활성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 대통령도 이에 앞서 예타 면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수도권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 예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인구와 수요가 적은 지방사업의 경우 예타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으니 허들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자리와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에서, 토건 재정확대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정책은 수년 뒤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세금낭비를 막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도입한 원칙을 정부 스스로가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성이나 사업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경기부양만을 목표로 예타 조사를 면제할 경우, 4대강이나 경인운하와 같이 국민 혈세 낭비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정부가 예타 조사 면제이유로 지역균형발전을 앞세우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지자체들이 사업타당성이 부족해 추진하지 못했던 토건 SOC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표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예타 조사는 개별 공공사업이 국익에 들어맞는지 검증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선거 등을 앞두고 정권을 잡고 있는 측이 재정을 오·남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된 제도이기도 하다. 실제로 총사업비 500억 원, 국비지원 3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들이 대상이 되는 만큼 이를 면제한다는 것은 선심성 세금낭비, 지자체 나눠먹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예타 면제 선정 결과를 놓고 문 대통령과 홍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권한남용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일시적 경기부양을 겨냥한 무분별한 토건사업을 막기 위한 빗장을 제거하기 보다는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성장을 견인하는 정공법을 쓰는 게 옳다. 잠깐 동안의 꽃길을 걷겠다고 초심을 버린 정부의 태도가 안타깝기만 하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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