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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홍 부총리의 가업상속 규제완화 발언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
[사설] 홍 부총리의 가업상속 규제완화 발언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9.01.31 10:2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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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가업상속제도 개편에 대해 운을 뗐다. 사업을 대물림할 때 생기는 세금을 줄여주는 현행 가업상속공제가 엄격한 요건 때문에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측면도 있었는데 이를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비해 장수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우리 현실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개편 방향이 주로 상속공제의 사후 요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업계가 요구하는 상속세율 인하까지 손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홍 부총리의 발언은 최소 10년으로 규정된 지분유지 및 가업종사기간을 줄일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동일한 업종을 10년간 유지하도록 한 것은 장수기업이 많은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도 너무 길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제도 활성화를 본격 추진한 2008년 이후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공제제도를 적용받은 기업은 2017년 75곳이 최고였을 만큼 활용도가 미미한 게 현실이다.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가업상속과 관련해 일본은 사후 관리기간을 5년으로, 독일은 5년 또는 7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반면 명문 장수기업이 많은 독일은 2014년 이미 2만 건을 넘어서 국내보다 300배 이상 많다. 기업들이 상속공제제도를 외면하는 것은 독일 등 해외보다 사후 조건 등이 너무 엄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5년만 경영해도 85%를 공제해주지만, 한국은 10년 이상 대표로서 직접 경영해야 대상이 된다. 또 상속받는 이는 최대주주로 지분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하며, 최대 공제액 500억 원을 받으려면 사업 영위기간이 30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 외 상속 후 10년간 평균 정규직 근로자를 상속 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중견기업은 이보다 더 엄격해 상속 전보다 120%를 넘게 고용해야 한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업종범위를 넓혀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및 그 시행령은 가업을 물려받은 후 10년 이내에 주된 업종을 변경하면 가업에 종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상속세와 이자를 부과 대상으로 간주하는데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현재 주된 업종이 변경됐는지는 원칙적으로 통계청장이 공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세(細)분류상 변동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예외적인 경우만 세분류가 바뀌어도 가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보다 상위체계인 소(小)분류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전혀 다른 업종이 아닌 유사업종일 경우 이를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상속세율 인하와 증여제한도 더 풀어야 가업승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65%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질 상속세율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7∼8대에 걸쳐 수백 년씩 가업을 이어가는 사례도 낯설지 않은 가업승계의 천국이라고 평가받는 독일은 2009년 대대적 세제개편을 통해 기업 상속공제율을 85∼100%까지 높여 사실상 제한을 없앴다. 일본 역시 최근 증여세 유예제도의 경우 친족 외 승계도 적용대상에 포함하고, 현 경영자의 증여 시 임원퇴임 요건을 대표자 퇴임으로 변경하면서 가업승계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독일의 실천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위대한 경영자의 마지막 과제는 승계”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승계의 핵심은 돈만이 아닌, 오랜 기간 동안 전승되어 온 기업가정신과 책임감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계 가족에 대물림 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당사자가 가업승계보다 주주로서 남으려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홍 부총리가 이번에 말문을 튼 가업상속공제 사후 요건 개정안을 연내 입법하려면 7월에 발표하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상속세 개정안을 포함해야 한다. 이를 정부가 9월 국회에 제출하면 개정안은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12월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 앞선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만이 아닌, 명예롭게 기업가정신과 책임감까지 물려주는 통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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