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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노인 연령 상향’ 일자리가 먼저다
[강현직 칼럼] ‘노인 연령 상향’ 일자리가 먼저다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9.02.01 10:11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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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한 친구로부터 얼마 전 뜻하지 않은 상담을 받았다. 가끔 세상사를 통화하는 사이지만 그 날은 호적의 생년월일을 정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나이보다 2살이 적게 신고돼 나이가 어리다고 놀림을 받아왔던 친구인데 갑자기 60살이 넘어 나이를 정정하겠다니 뜻밖이었다. 들어 본 즉 국민연금 등 이런 저런 혜택이 2년 늦어지다 보니 제 나이를 찾고 싶다는 것이다.

경제적 문제는 60살 전후의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한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실질적인 고민이다. 법적 기업 정년은 60세지만 50대 중반에 직장에서 나와 연금을 받는 62세까지는 딱히 일이 없는 딱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이 누구인가, 이른바 ‘낀 세대 ’로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는 등 온갖 굴곡을 겪은 세대이다. 또 가정적으로는 부모를 모시고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제대로 자기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아직까지도 자녀들을 뒷바라지 하는 세대이다.

정부가 최근 노인 연령 기준을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2026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며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이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노인인구 증가가 가팔라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전체의 14%인 726만 명으로 1980년보다 5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노인 기준을 65세로 잡은 것은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기대수명 66.1세를 감안한 것으로 올 기대수명이 82.6세로 늘은 만큼 현재의 노인 기준 65세는 시대적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노인연령 기준이 5년 상향될 경우 적어도 65세까지는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돼 오히려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생산가능인구도 증가해 노인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가 59.2명에서 38.9명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준비 안 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노인 빈곤을 심화시킬 것이 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 노인 연령은 기초연금·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 지하철 요금 면제, 틀니 보조, 통신비 할인 등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시작하는 나이가 5년 후퇴할 경우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이 있을 것은 자명하다. 또 정부가 노인연령과 기초연금 수급을 연동시킬 경우 130만 명에 이르는 노인들이 수급 대상자에서 탈락하게 되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도 65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사실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자는 제안은 2012년에도 등장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노인 연령 기준을 70∼75세로 높이겠다며 중장기 전략 보고서를 내놓았고 박근혜정부도 2017년 상반기에 정년·연금 수급 연령과 함께 노인 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후속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은 그만큼 여파가 크고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면 노인을 빈곤의 블랙홀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가 갈수록 나빠지고 청년실업이 최악인 상황에서 노인 나이 상향에 따른 정년 연장은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세대 간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영국은 65세였던 정년제를 2011년 없애고 근로자와 고용주의 합의로 나이와 상관없이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으며 일본은 1998년 기업 정년을 60세로 늘린 데 이어 2013년 65세로 연장했다. 정년의 개념이 없는 미국은 60세가 넘어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도 정년 연장은 여러 요인들을 감안해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65세가 넘어도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되는 등 노후 인프라가 구축되고 사회적 안전망이 선행돼야 노인 연령의 조정도 현실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연령 상향 논의는 노후 경제적 안정과 복지혜택의 사각지대를 먼저 없애고 면밀히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한다는 구상엔 공감하지만 다양한 노인 일자리 창출 노력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소위 ‘낀 세대’의 고통은 이제까지 겪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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