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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용감한 의사
[정균화 칼럼] 용감한 의사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9.02.11 10:56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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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2019년 2월 4일 오후 6시경, 중앙응급의료센터장실에서 고인이 되신 故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의 명복을 빈다.

“피는 도로 위에 뿌려져 스몄다. 구조구급대가 아무리 빨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도 환자는 살지 못했다. 환자의 상태를 판단할 기준은 헐거웠고, 적합한 병원에 대한 정보는 미약했다. 구조구급 대는 현장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병원을 선택할 것이어서 환자는 때로 가야 할 곳을 두고 가지 말아야 될 곳으로 옮겨졌고, 머물지 말아야 할 곳에서 받지 않아도 되는 검사들을 기다렸다. 그 후에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고 옮겨지다 무의미한 침상에서 목숨이 사라졌다. 그런 식으로 병원과 병원을 전전하다 중증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이송 시간은 평균 245분, 그사이에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나갔다. 골든아워 60분에 생사가 달린 목숨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 교수가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이자,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 분투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낸 『골든아워, 著者 이국종』에서이다.

2002년 지도교수의 권유로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저자는 대한민국에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했고, 17년간 외상외과 의사로서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 고뇌와 사색,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기록해왔다.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은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의 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을 바탕으로 저자의 기억들을 그러모은 기록으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저자, 그리고 그 동료들의 치열한 서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 선장을 생환하고 소생시킨 석 선장 프로젝트의 전말은 물론,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도 소중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담담한 어조로 묘사했다. 인체의 생물학적 한계를 탐험하다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생존의 한계,著者.케빈 퐁』에서 말한다.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가공할 추위, 온몸이 녹아내리는 화염, 몇 십 초 만에 패닉에 빠뜨리는 깊은 물속과 높은 고도, 공학의 지원 없이는 생존 불가능한 우주 공간…. 생존의 한계는 이런 적대적 조건에서 인체가 어떤 영향을 받으며 어떻게 반응하고 버텨내는지, 그리고 그 한계를 인류가 어떻게 확장해왔는지를 추적하는 교양 과학서이다. 의학과 천체물리학을 전공하여 NASA 의학 연구원으로 활약했으며, 집중 치료 전문의로서 세계 여러 병원의 응급실에서 수많은 위급 환자와 마주쳤다. 메디컬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 타고 있던 헬기가 추락해 깊은 물속에 빠진 위기 상황, 런던 한복판의 폭탄 테러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려는 의료진들의 분투, 사상 초유의 전체 얼굴 이식 수술 등 극적인 사례들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했다. 그렇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체계의 전체적인 제도개선이 더욱 절실 할 때이다.

최근 고인이 되신 ‘윤한덕’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의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국내응급의료의 '버팀목'이었다. 2차 대전 때 총상을 입은 영국 병사는 대부분 죽는데 독일 병사는 80% 이상이 죽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영국에서 알아보았더니 독일은 전쟁 중에도 총상을 입은 병사에게 의사가 즉시 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결국 우리도 故윤한덕, 이국종 교수 같은 용감한 의사들이 있기에 생존의 한계의 존엄성이 더욱 절실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죽는 날, 관 속에 가지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의 명부다"라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1위 경제대국, 세계 6위 무역 강국이란 대한민국 위상에 걸 맞는 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요원한 꿈일까? 다행스러운 일은 최근 의과 대학생들의 외과지원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통계이다. 또 안타깝게 ‘가천대길병원’ 당직실에서 2년차 전공의 A(33)씨가 숨졌다. 이를 계기로 수련시간을 주 80시간에서 60시간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인간의 생명은 둘도 없이 귀중한 것인데도, 우리는 언제나 어떤 것이 생명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갖고 있는 듯이 행동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것이란 무엇인가" (생땍쥐베리)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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