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지연 피해구제 한다더니…국회 법안 발의 후 ‘뒷짐만’

김영봉 기자 / 기사승인 : 2019-02-20 16: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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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공항공사 기준 항공지연·결항 6만462
피해 구제안 논의조차 없어…애먼 소비자만 피해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1.A씨는 지난해 2월12일 오후 10시05분 김해에서 다낭으로 가는 항공기를 탑승하려고 했지만 항공기 기체결함 사유로 2시간가량 기내에서 대기하다가 결국 결항통지를 받았다. 당일 저녁, 항공사가 마련한 숙소에 전혀 모르는 타인과 함께 투숙했고 다음날 대체편을 통해 다낭에 도착했지만 A씨는 결항으로 예약한 숙소를 결국 이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숙박비 배상을 요청했지만 항공사는 안전운항을 위한 정비였다며 배상을 거절했다.(티웨이항공 사례)


#2.B씨는 인천-후쿠오카 왕복항공권을 구입 후 귀국을 위해 지난해 1월15일 오후6시45분에 출발예정이던 인천행 항공편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항공기 연결 문제로 2시간20분가량 지연돼 출발했다. 이 때문에 B씨는 밤늦게 공항에 도착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해 당일 새벽 공항에서 노숙했다. 항공사에 손해배상을 요구를 했지만 해당 항공사는 배상을 거절했다.(제주항공 사례)


한해 평균 5만6000건의 항공지연·결항으로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자 국회가 지난해 5월 피해구제를 위해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해 5월 11일 발의한 법안인데, 항공기 지연·결항 등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항공사 등급별 기준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기준을 세우고 국토부 장관이 기준별 피해 보상안을 마련·고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요지다. 쉽게 말해 지연이나 결항됐을 경우 국토부가 보상기준을 마련해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자는 것이다.


그럼 1년이 다되어 갈 동안 발의된 법안은 어떻게 됐을까?


(사진=각사)

아시아타임즈가 19일 국회에 확인한 결과 법안을 발의 1년이 다되어 가도록 국회는 단 한 번도 법안을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지연·결항으로 승객들의 피해를 구제하겠다던 국회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법안 처리에 대한 질문에 “(법안은)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위원님들이 심사해야 하는 사안이다"며 "저희가 국토위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처리를)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 동안 국토위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 법안이 국토위 법안 중 우선순위에서 밀렸거나 그쪽에서 우선순위로 다루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것은 국토위 위원들을 모니터링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국회 국토위는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법안이 왜 다뤄지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했다.


국토위 관계자는 “법안을 살펴봤는데 여야간 쟁점이 있는 법안도 아니고, 정부에서도 반대하는 법안이 아닌데 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도 “아마 위원들이 법안에 대해 우선순위를 따지다보니까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임위가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사진=아시아타임즈 DB)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항공지연·결항문제...애먼 소비자들만 피해


국회가 항공소비자의 피해구제를 위해 법안만 만들어 놓고 논의조차 하지 않는 동안 항공 소비자들의 피해는 최근에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제주발 홍콩행 제주항공 7C2185편 항공기가 출발 전 안전점검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돼 운항이 취소됐다. 이 때문에 189명이 피해를 봤고, 이들 중에는 가족과 여행가기 위해 몇 달 전부터 계획하고 기대했을 승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한 해 항공지연·결항이 평균 5만6000건이 넘는 것을 감안할 때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김 의원이 국토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국내 항공사의 지연·결항 건수는 16만여건(지연 16만5천598건, 결항 3천164건)에 달했다. 한 해 평균 5만6000건인셈인데 지난해는 더욱 늘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김포, 김해, 제주, 대구 등 국내 13개 공항의 항공기 운항횟수는 48만6869회로 이중 지연된 항공기는 5만4310(11.1%)회, 결항은 6152(1.2%)회로 총 6만회를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국회가 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놓고도 처리하지 못해 여전히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의 점검과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되지 못한 조치들은 면책범위에 포함돼 항공사에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 불편이나 피해에 대한 입증은 소비자들이 직접 밝혀내야 하는 상황에 보상을 받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게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항공기 지연으로 피해를 본 이모(35)씨는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항공기 연결편 문제로 3시간 지연된 적이 있어 불편을 겪었다”며 “항의도 해보고 피해에 대한 보상도 문의했지만 예견치 않은 안전운항으로 보상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 올 뿐 실제로 피해구제를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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