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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겉과 속 다른’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우울한 허상
[사설] ‘겉과 속 다른’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우울한 허상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9.03.06 09:41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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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체감경기와 밀접한 고용은 참사수준으로 악화되고, 소득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체감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다. 일부 부유층들의 얘기일 뿐 갈수록 팍팍해져만 가는 서민들의 실생활과는 괴리가 큰 까닭에 단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는 늘어난 국민소득의 온기가 우리사회 전반에 골고루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덩치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그 구성원들은 아직도 대다수가 ‘미숙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349달러(원화 3449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2만9745달러(3363만6000원)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06년 처음 2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2년만이다. 유엔(UN)기준 38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이 높고,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3만 달러 벽을 뚫은 국가는 2017년 기준 6개국에 불과하다. 30-50클럽을 먼저 연 6개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성장하는 데 평균 9.6년 걸린데 비하면 지각을 한 셈이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 동력이 저하한 탓이다.

이와 함께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2.5~2.7% 가량 성장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1인당 GNI 4만 달러를 달성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미국, 독일은 (4만 달러 달성에) 10년 가까이 걸렸지만 일본과 영국, 프랑스는 2~3년 정도 짧은 기간이 소요됐는데 환율의 영향이 상당했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프랑스와 영국도 유럽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2017년 기준 3만 달러 후반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율, 인구증가율 등 여러 계수가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에 변화가 전혀 없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한은의 전망과는 달리 우리경제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우선 저성장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전년보다 2.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는 2.5% 안팎에 머무를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기관의 예측이다. 하지만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변수를 감안한다면 자칫 2%대 초반 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최악의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취약한 성장 잠재력 하에선 국민소득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장하기 힘들다. 그런 까닭에 일본, 영국, 프랑스처럼 우리경제에 돌발변수가 생길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소득과 고용의 양극화, 높은 가계부채도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꼽힌다. 체감경기와 밀접한 고용은 참사수준으로 악화했고, 소득불평등은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1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3.0%로 2015년 1월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경제의 허리인 30, 40대 취업자 감소도 이어지고 있다. 실질 가계소득은 늘었지만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하면서 소득 상·하위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악화됐다. 게다가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어 소득에 비해 이자비용 증가율이 5~6배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2년 만에 3만 달러 문턱은 넘었지만 4만 달러 고지로 향하는 여정은 ‘고난의 행군’이 될 전망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를 끌고 갈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도체와 조선 등 주력산업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저(低)출산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는 현재 연 2.8~2.9% 수준인 잠재성장률마저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같은 ‘퐁요 속의 빈곤’이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산업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혁신 등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 바탕에서 신규고용을 창출하고 가계소득이 늘어나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른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는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만 더 높일 수 있다. 국민소득 증가의 온기가 고루 퍼지게 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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