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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시 ‘도시·건축 혁신안’ 꿈과 현실 사이 절충이 최대 관건
[사설] 서울시 ‘도시·건축 혁신안’ 꿈과 현실 사이 절충이 최대 관건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9.03.13 09:50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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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전 과정에 과감하게 개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정비계획 수립 전 사전 공공기획부터 사업시행 인가까지 사업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에서 벗어나 개성적인 디자인을 부여해 도시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래 100년 후의 서울의 모습을 세계적인 천재건축가 가우디의 디자인이 곳곳에 배어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같은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지닌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취지에도 벌써부터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추진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아파트정비사업 혁신과 건축디자인 혁신을 양대 축으로 하는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현재 재건축·재개발 정비계획안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만든 뒤 구청을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식인데, 이제부터는 순서를 바꿔 서울시가 사업 시작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비사업 추진에 앞서 ‘사전 공공기획’ 단계가 신설되게 된다. 이에 따라 조합이 정비계획을 만들기 전에 서울시가 건축계획, 지역특성, 사회변화 등을 분석해 각 단지별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시는 새로 신설되는 조직 ‘도시건축혁신단(가칭)’과 ‘공공기획자문단’을 통해 정비사업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도시 속 ‘섬’처럼 주변과 단절됐던 아파트가 열린 생활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을 새롭게 마련한다.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의 경우 단지를 넘어서 일대 지역을 아우르는 입체적 지구단위계획으로 확대 수립한다. 단지가 하나의 거대 블록(슈퍼블록)으로 조성됐던 것을 여러 개 중·소 블록으로 재구성해 중간 중간에 보행로를 내고 보행로 주변 저층부에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한다. 또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건축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현상설계’를 적용하고 1억∼5억 원가량의 공모비도 전액지원하기로 했다. 시는 2030년까지 시내 아파트 56%가 정비시기를 맞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서울의 도시경관을 혁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혁신안의 좋은 취지에도 정비 조합의 사업 자율성이 침해되고 결국 사업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도시재생의 경우 사전에 공공기획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도시재생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공공지원 정비사업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연되고 중단 및 해제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이 사업초기부터 관여한다고 해서 사업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시는 사전 공공기획 단계를 거칠 경우 현재처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퇴짜’를 맞는 사례가 줄어들고, 정비계획 수립에서 위원회 심의 통과까지 기존 평균 20개월에서 10개월로 크게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공사비를 절감해야 되는 상황에서 독특한 디자인을 채택해 공사비가 늘어나면 과연 조합원들이 반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게다가 용적률과 층수 제한까지 이뤄지면 세대 수가 줄어들어 조합원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자인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도 추가비용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조합이 원하면 시공사를 통해 충분히 디자인 설계를 독특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일반분양의 경우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분양가가 뛸 수밖에 없다는 난점도 있다. 가뜩이나 서울의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에서 가격이 더 오른다면 지금의 부동산정책에도 배치된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이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크지 않고 심의기간이 단축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시는 다음 달 중 4개 시범 단지를 선정할 예정인데 단지별 층고 및 임대가구 물량 등 개발 가이드라인이 사전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운영과정에서 ‘꿈과 현실’ 사이 어떠한 조화로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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