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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톡] 10대 이야기를 직설적인 시선에서 은유적으로 표현하다… 영화 '선희와 슬기’
[시네마 톡] 10대 이야기를 직설적인 시선에서 은유적으로 표현하다… 영화 '선희와 슬기’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9.03.14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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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선희와 슬기'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선희와 슬기'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아시아타임즈=이재현 기자] 관객이 살아온 삶과 시간을 되돌아보게 해줄 영화 '선희와 슬기'가 오는 27일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찾아온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되고, 제42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잉마르 베리만 국제데뷔 부문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자신만의 색이 없이 그저 학교에 다니던 선희(정다은)는 교실에서 자리를 바꾸고 친구가 생긴다. 선희는 친구의 관심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녀가 생각한 방향과 다르게 친구는 자살한다. 선희는 그 죄책감에 도망치다가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 도착해 ‘슬기’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이 영화는 잔잔하다. 지난해 주목을 받았던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 '살아남은 아이' 같은 강렬함이나 배우의 터질 것 같은 감정은 없지만, 흐르는 물처럼 직설적이다. 그렇다고 일상적인 내용만은 아니다. 분명 큰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긴장감도 있지만 감독은 과도한 연출방식을 모두 걷어내고 담백하게 담는다. 

예컨데 친구의 죽음을 접한 선희는 '도망'을 선택하는데, 이 모습이 담긴 스크린에는 음악이나 별다른 카메라 기법 없이 그저 선희의 행동에만 포커스를 맞춘다. 

물론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루즈해질 수 있는 연출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독의 선택은 선희와 슬기를 나누는데 완벽한 배경이 됐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옴니버스 구성이다. 선희는 이전까지의 자신의 삶을 버리고 슬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 과정이 참 흥미롭다. 슬기로의 삶 초반에는 선희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남아있지만 영화가 진행되고 슬기로서의 삶이 지속되면서 선희는 점점 잊혀져 간다. 

이는 정다은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선희가 희미해지면서 슬기가 선명해지는 이질감 없는 학생의 생활을 그린 뛰어난 시나리오와 연출도 큰 몫을 했다. 특히 감독의 직설적인 연출과 담담한 카메라 앵글은 이 영화를 보다 사실적으로 만든다. 

영화 '선희와 슬기'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선희와 슬기'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선희와 슬기는 너무나 다르다. 선희는 가족은 있지만 친구라 부를만한 이도 없고 자신감도 부족하다. 겉으로는 행복하지만 답답함이 가득한 캐릭터인 셈이다. 반면 슬기는 가족이 없고 기숙사에서 친구와 함께 지내지만 자신만의 의지로 성장하는 캐릭터로 변모해간다. 관객 입장에서도 선희보다 슬기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변화는 선희를 빠르게 잊혀지게 만든다. 지워졌다기보다는 덧칠해졌다는 게 훨씬 어울리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다시 마주하게된 '선희'의 흔적에 슬기는 공들였던 덧칠이 조금씩 벗겨지는 것을 느끼고, 또 다시 도망친 뒤 새로운 덧칠을 준비한다. 

1시간10분의 러닝타임인 이 영화는 아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다. 자신의 색이 없는 청소년은 현 사회의 청소년들이 그대로 비친다. 10년 전만 해도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10대부터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것이 늘어났다. 마치 현실에 마주해 개성이 없는 ‘선희’처럼 말이다. 그러나 잠깐이나마 ‘슬기’처럼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서지만 결국 과거나 현실에 얽매여 ‘선희’가 되고 만다.

선희(과거 혹은 현실)와 슬기(꿈)는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그렸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10대만이 아니라 현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현 기자 한줄 평

평점 : ★★★☆☆

한줄 평 : 루즈한 영화지만 확실한 메시지에 삶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영화 kiscezyr@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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