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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5G, 대책은 2G 우리경제의 참담한 현실
[사설]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5G, 대책은 2G 우리경제의 참담한 현실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9.03.18 10:08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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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와 규모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증가속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고 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수준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계소득 대비 부담도 역대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 속도를 떠나서 가계부채의 질과 양도 모두 나빠지고 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속도와 규모는 5G로 치닫고 있는데 상환능력은 여전히 2G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도한 부채로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소비감소와 성장세 둔화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 등이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 분기대비 0.9%포인트 올라 BIS 통계 집계대상 43개국 중 중국(1.2%포인트) 다음으로 컸다. 그러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체 경제규모와 맞먹는 96.9%에 이르게 됐다. 이 비율은 다른 기준으로 계산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은 86.1%로 1년 전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명목 GDP는 1782조 3000억 원, 가계신용은 1,534조 6,310억 원이었다. 지난해 명목 GDP 증가율은 3%인데 가계신용은 5.8%로 두 배 수준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규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데다 소득에 비해 부담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 가계가 대출 원리금을 갚을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DSR은 12.5%로, 전분기보다 0.1%포인트 상승하며 통계가 생긴 1999년 1분기 이래 가장 높았다. BIS 통계가 있는 17개국 중 작년 3분기에 DSR가 상승한 국가는 한국과 핀란드, 캐나다 등 3개국뿐으로 각각 0.1%포인트씩 올랐다. 반면 가계가 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소득에서 실제소비에 쓴 돈을 의미하는 평균 소비성향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로 보면 2016년 71.1%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90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자금 대출도 가계부채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리스크다. 작년 12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간 서울 아파트 전세 값은 지난달 전월 대비 0.7%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방 상황은 더 나빠 2017년 5월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전세 값에 못 미치는 ‘깡통 전세’마저 출현하고 있다. 전세 값이 하락하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한 세입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의 부담이 커진다. 전세자금 대출이 위험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전세대출과 함께 또 다른 잠재리스크가 도사리는 부문은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부채, 기업부채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가 헐거웠다. 최근에는 금리가 높은 비(非)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시장영향을 크게 받는 부동산 임대업 위주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1년 전보다 각각 38.0%, 37.6% 급증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2015년 말 33%에서 지난해 9월 말 40%로 커졌다. 이 또한 최근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가계부채 폭발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시행된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때문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투자를 활성화해 내수경제 상승세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LTV와 DTI를 대대적으로 풀었다. 이러한 규제완화 정책은 시행 1년5개월 만에 가계부채 규모를 1030조 원대에서 1200조 원대로 크게 키우고 말았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규제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뒤늦은 처방이 되고 말았고, 되레 금리를 부추기며 위험성만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가계부채란 시한폭탄이 5G의 속도로 우리경제를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대책은 2G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회생불능의 상황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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