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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 토크]세월호 천막 철거에도 그들은 끝까지 잔인했다
[뒤끝 토크]세월호 천막 철거에도 그들은 끝까지 잔인했다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9.03.18 19:40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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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탁 트인 광화문 광장, 2019년 3월18일 오전 10시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기로 한 시각, 주변 공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무거웠다.  

4년8개월 동안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됐던 세월호 천막 주변은 취재진들로 가득 찼지만 침묵이 흘렀다.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조금 있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천막의 조금이라도 기록하기 위해서 였을까? 취재진들은 이미 304명의 영정이 옮겨진 빈 천막 안의 모습은 물론 4년8개월 동안 세월호 유가족이 노란리본을 만들 때 사용됐던 작은 책상과 벽에 붙여진 노란리본, 난로 등 이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는 물품들을 찍어댔다.  

같은 시간 광장 맨 앞쪽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철거되기 전 마지막 피켓을 들고 있었다. “세월호참사는 304명을 죽인 범죄”,라는 문구와 “세월호참사 수사를 방해하고 박근혜 7시간 문서를 대통령 기록물로 불법 지정한 황교안을 즉각 구속 수사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세월호 천막이 4년8개월만에 철거되는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보수성향의 유튜버들이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을 방송소재로 삼아 개인방송을 하고 있다.(사진=김영봉 기자) 

또 다른 쪽에서는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성들이 삼각대에 카메라를 달아 1인 방송을 시작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튜브 방송으로 1인 미디어를 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그들은 각자의 낮은 목소리로 자신들의 의견을 담아 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이때가 오전 10시 20분을 지났을 시점이었다. 

당초 철거되기로 한 시간이 지났지만 몰려든 취재진과 일반시민들로 철거되는 시간은 뒤로 미뤄졌고 10시40분에야 철거가 시작됐다. 그때였다. 개인방송을 하는 한 남성이 침묵을 깨고 “왜 세월호를 영웅대접 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보수성향의 유튜버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들은 끝까지 잔인했다.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들을 비방소재로 삼아 개인방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유튜버는 영어를 섞어가며 욕을 했고, 또 다른 유튜버는 유가족을 비방하며 자신의 방송을 이어갔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을 쓰기도 했다. 철거되는 세월호 천막을 향해서 "천막이 아니라 목조건물이네"라는 조롱섞인 어조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물론 그들이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는 장소에 와서 개인 방송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광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304명의 목숨과 유가족을 방송소재로 삼아 비방하고, 욕하고 조롱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자 잔인한 일이다. 게다가 현장 있었던 유가족들에게는 더욱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이것은 이념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다. 내 가족이, 내 자식이 귀중하면 남의 가족도, 자식도 귀중한 법이다. 누가 내 자식의 죽음을 혹은 내 가족의 죽음을 가지고 방송소재로 삼고, 비방하고, 조롱하면 어떻겠는가?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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