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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조·장려금 남발 ‘숫자놀음’이 재정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
[사설] 보조·장려금 남발 ‘숫자놀음’이 재정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9.03.20 09:33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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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지원을 명분으로 감면해주는 세금이 지난해 보다 5조5000억원 급증한 47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거둬들이는 세금은 지난해보다 1조원 정도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감면액이 증가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년 만에 국세감면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세금 깎아준다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겠지만 특정부문에 너무 편향되어 있어 적재적소에 감면혜택이 고루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악의 실업난 속 고용창출의 기반인 기업 활력을 제고하기위한 대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까닭이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조세특례제도 운영계획 및 감면액 전망치를 골자로 한 ‘2019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국세 부과액 총액이 342조2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47조4000억원을 비과세·감면 등으로 걷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세수입총액은 294조8000억원으로 전년(293조6000억원) 대비 1조2000억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국세수입총액에서 국세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국세감면율이 올해 13.9%에 달하게 됐다. 이는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올해 국세감면한도(13.5%)를 0.4%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올해 국세감면 예상액을 수혜자별로 보면 개인에 대한 지원이 34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73%가량 됐다. 특히 중·저(低)소득자에 대한 근로·자녀장려금을 포함한 감면액이 24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1000억원 급증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1.4%에 달했다. 반면 기업에 대한 지원은 1년 전보다 1000억원 줄어든 12조3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만 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000억원 늘었고 중견기업(5000억원), 상호출자제한기업(2조원), 일반기업(2조1000억원)은 일제히 줄었다.


이처럼 올해 근로장려금이 대폭 늘어난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최저임금이다.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도 10.9%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동결한 대신 근로장려금을 증액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8월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지난해 규모(2조9700억원)이하로 유지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노동시간이 줄어 소득이 감소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근로장려금을 인상키로 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일자리 ‘땜빵 자금’을 통해 취업자 수 ‘숫자놀음’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정부의 올해 지출계획의 더 큰 문제는 기업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R&D)과 투자촉진·고용지원 분야에 대한 지원이 급감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R&D 비중은 지난해 6.9%에서 올해 5.9%로 떨어졌고, 투자촉진·고용지원 비중도 같은 기간 5.0%에서 3.0%로 낮아졌다. 기획재정부는 일반 R&D 국세감면은 줄었지만, 신성장 R&D 국세감면은 늘리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기업에 대한 국세 감면비중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재계에서 “문재인 정부의 기업 경시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근로장려금은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꺾거나, 기업·소상공인의 근로자 채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일찍부터 ‘확대하면 좋은 정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그 도입과정에서 세수감소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정부는 함구해왔다. 저소득층 소득보전을 위한 준(準)재정지출을 크게 늘린다는 명분을 앞세워 재정규율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요즘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제조업 활성화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경기침체로 일자리 얻기가 어려워지고 소득양극화가 심화되자 이를 재정으로 메워 지표악화를 막겠다는 고육책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단기일자리 확대와 각종 장려·보조금을 통한 지표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에 의한 안정된 일자리 확충이란 ‘정공법’을 도외시하고 숫자놀음이란 ‘꼼수’에 집착할 경우 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고기만을 줄 때가 아니라 스스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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