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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초라하지 못해 참담한 ‘일자리 성적표’
[강현직 칼럼] 초라하지 못해 참담한 ‘일자리 성적표’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9.03.21 16:08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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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를 강조하고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요즘도 일자리 전도사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최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경제현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도 ‘2월 고용 증가세가 확대됐지만 민간부문 일자리 확충이 부진하다’며 혁신성장 노력을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도 ‘지난해 고용이 양적인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자성했고 4대 그룹 총수 등 기업인 120여명과의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도 올해는 기업인들이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자리는 기대만큼 늘지 않고 늘었다 해도 일자리의 질은 더 악화되고 있다.

올해 고용은 첫 달부터 참사 수준이다. 1월 실업자는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4.5%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가 고용 상황을 잘 반영한다고 내세우는 고용률(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60% 아래로 추락했다. 고용의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보건·사회복지 분야와 농림어업 취업자는 늘어난 반면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금융·보험 부문 일자리는 더 줄었다. 지난해 일자리 창출에 54조원을 쏟아 붓고 나온 실적이라곤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고용은 어떠한가,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26만3000명 늘어나며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뻐할 수 없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크게 늘어났지만 경제활동의 주축이자 가장인 30대와 40대 취업자는 오히려 줄었다.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는 11개월 연속 줄고 노인 공공일자리와 은퇴자 귀농의 농림어업 취업자만 늘어났다. 노인과 정부 일자리만 늘어난 비정상적 구조로 재정 효과를 빼면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최악의 고용난이 앞으로도 완화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올해 세계 경제에 4개의 먹구름이 끼었다”고 경고했고 국내 수출마저 두 달 연속 감소하는 등 경기가 하강하고 있으며 올 최저임금이 10.9%나 인상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20여 년간 고용률이 거의 정체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은 2.5배가량 성장했지만 고용률은 외환위기 이전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고 20대 고용률은 1997년 63.9%에서 지난해 57.9%로 떨어졌다.


정부는 올해도 23조 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며 또 ‘세금 투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들고 나왔다.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일자리 확대에 나서 신규 채용 규모 2만3000명은 기존대로 추진하고 추가로 2000명을 더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금 일자리’는 근본 대책이 아니며 결국은 경제에 부담이 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움직여야 만들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500대 기업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46%가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5곳 중 1곳은 직원을 새로 뽑지 않거나 지난해보다 채용인원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한 취업포털의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조사에서도 상반기 대졸 신입공채를 진행하는 기업은 39.5%에 그쳤고 대졸 신입공채 규모도 지난해보다 8.7% 감소할 전망으로 나타났다.

고용 사정은 갈수록 악화하는데 정부는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엔 여전히 마이동풍이고 발등의 불인 두 노동 현안은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법 개정을 이달 중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다.

정부는 이제라도 일회성 대책으론 만성화된 고용대란을 극복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용참사가 소득주도 성장 등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과감히 정책 변화에 나서야 한다. 민간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 정부가 변하고 있다는 확신을 기업에게 심어 줘야 한다. 기업이 다시 투자와 고용에 나서도록 강력하고 확실한 신호를 보내줘야 한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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