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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지진까지도 인재(人災)인 나라
[강현직 칼럼] 지진까지도 인재(人災)인 나라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9.03.25 08:4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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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어디까지인지 참으로 한심하다. 도시에서도 농촌에서도, 바다에서도 지하에서도 어디 한 곳 안전한 곳이 없을 정도로 각종 사고가 빈발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고의 원인이 안전 소홀에 의한 인재라는 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특히 자연재해로만 여겨왔던 지진까지 인재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인명피해 150명, 재산피해 850억원, 이재민 1800여명 발생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까지 가져온 진도 5.4 규모의 포항 강진이 인근 지열발전소 시추 공사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고 정부가 발표했다. 지열발전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면서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자극해 지진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지열발전소는 물을 넣은 직후 4차례 걸쳐 규모 2.0~3.1의 지진이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등 대형사고 전조증상이 있었는데도 간과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스위스에서는 지열발전소가 땅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진을 일으키자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기도 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안전 대책 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는 참변을 당한 강릉 펜션 사고도 객실 보일러실의 연소가스 배기관의 연결 부위가 어긋나 일산화탄소가 유출되면서 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가스 누출경보기만 설치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무려 29명이 사망하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소방차 진입을 막은 불법 주·정차 차량, 각종 물품이 가로막아 무용지물이 된 탈출용 비상구, 먹통 소방무전기 등 기본 사항 위반이 피해를 키웠다. 한 달 뒤에 발생한 밀양의 병원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10여 차례 불법 증·개축된 30년 노후 병원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어 70∼90대 고령 환자들을 포함 45명이나 희생됐다.

멀리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부터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사고, 대구 중구 사우나 화재, KTX 탈선, KT 통신구 화재, 백석역 온수관 파열, 고양 저유소 폭발 등 어이없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서울 상도동 공사현장에서는 축대가 무너지면서 유치원 건물이 폭삭 주저앉을 뻔한 사고도 있었다. 다행히 한밤에 일어나 대형 사고는 면했으나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잇단 사고를 보며 대한민국에 안전관리 체계가 있기나 하는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 사회의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재난 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다중밀집시설 대형 화재, 다중밀집건축물 붕괴 사고, 지하철 사고, 산불 등 이른바 ‘대형 재난 사고’는 66건 발생했다. 1년에 대형 사고가 6.6회 꼴로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재난 사고의 인명 피해 규모다. 재난 사고 사망자는 835명, 부상자는 1218명, 실종자는 51명으로 나타났다. 전대미문의 인명 피해가 컸던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제외하더라도 대형 재난 사고 1건당 8.2명이 사망한 셈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와 요구는 커졌지만 우리 사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실제로 그동안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각종 대책을 내놓지만 수십 년 동안 반복되고 있는 안전사고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전수조사니 안전기준 강화니 법석을 떨지만 그때뿐이다. 언론과 여론도 사고가 발생하면 시끄럽지만 사고 며칠 후면 유야무야하면서 넘어간다. 우리 사회가 안전 불감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국가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 글로벌 경쟁에서도 도태될 것이 뻔하다.

흔히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하면서 속도와 성과를 중시하는 빨리빨리 문화와 땜질식 처방이 안전을 소홀히 하는 풍조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형 인재가 ‘압축성장’으로 대변되는 근대화·산업화의 후유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매번 너무 큰 희생이 따른다.

이제라도 치밀하고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법과 원칙을 지키고 안전 관련 규정을 원점에서부터 따져 보완하는 한편 책임 소재를 분명이해 처벌을 강화하고 일선에서 반드시 지키도록 상시 점검하고 감독해야 한다. 또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안전의식과 참여도 필수적이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뒷북치는 행정으로는 지긋지긋한 ‘후진국병’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다 철저한 안전의식만이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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