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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동영상' 보는 만년 과장도 정년보장...한국 공기업의 현실"
"'야구동영상' 보는 만년 과장도 정년보장...한국 공기업의 현실"
  • 김지호 기자
  • 승인 2019.04.10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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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은 보여주기식 프로젝트가 많았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쓸데 없는 일만 하는 걸로 느꼈어요. 성과급이 안 나오면 구성원 대부분이 짜증을 냈습니다."

작가 태오는 최근 기자와 만나 자신이 안정적 공기업을 박차고 나온 이유를 무덤덤하게 말했다. 

오히려 얼굴에는 미래를 향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그는 이전까지만 해도 IT전문 공기업에서 7년차 대리로 일했다. 입사하면 적당히 일해도 사실상 정년이 보장되는 선망의 기업이다. 그런데 태오 작가는 과감히 그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작가 태오
태오 작가

태오 작가는 "회사의 가치관과 분위기가 맞지 않았다"며 "선배들을 보며 '10년 후에 저 사람들처럼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퇴사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쉬고 싶거나 도피성으로 퇴사를 결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며 "공기업 특유의 비효율적 업무와 회사에 대한 불평 문화에 반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렇지만 그는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안정 지향적인 공기업 문화가 맞을 것"이라며 "국내 1위 기업이라도 삼성전자에 다니면 성과를 내야하고 언제 잘릴지도 모르지만, 공기업에서는 야구동영상만 보는 만년 과장도 정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기업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주 52시간제나 육아휴직 등 국가가 시행하는 복지제도는 우선적으로 칼같이 적용된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억지로 하는 사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 후 출산과 육아휴직 만으로 대리로 자동 승진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기업이라면 매우 드문 일이다.

그는 이 좋은 공기업에 들어가서 오히려 인생의 혼란을 겪었다. 입사 동기의 절반은 다른 회사를 다니다 올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었다. 26살에 입사한 태오 작가들보다 기본적으로 4살은 많았다. 현대차와 삼성그룹 계열사 등 대기업을 다니다가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대기업에서 야근 등 '무한경쟁'에 지친 이들은 성과급이 안 나올 때를 빼고는 안정적 공기업 생활에 만족했다. 이에 비해 태오 작가는 "돈은 얼마를 벌어도 상관 없지만, 일다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향후 인생이 공기업 문화에 물들 것 같은 불안감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퇴사 당시 받았던 연봉은5000만~6000만원 수준. 

앞으로도 탄탄대로가 보장된 삶이었다. 그럼에도 퇴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자 회사 측은 인도 파견을 권했다. 지부장으로 차장급이 가던 자리에 최연소 대리급을 보내주는 파격을 보였다.

그런데 인도에서 만난 현지 공기업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부지런한 편인 한국인에 비해 더욱 여유 있는 업무처리가 일상이었다. 공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더욱 강해졌다. 

결단을 내렸다. 귀국 후 태오 작가는 과감히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이후 무작정 남미여행길에 올랐다. 그간 여행을 좋아해 전세계 50여개국 250여개 도시를 다녔지만,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고 나선 여행은 특별했다. 귀국 후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쓴 '너의 삶도 조금은 특별해질 수 있어-여행자 태오의 퇴사 후 첫 남미여행'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퇴사 후 남미 여행 중인 태오 작가
퇴사 후 남미 여행 중인 태오 작가

안정적 미래와 퇴직금은 사라졌지만, 그는 괜찮다. 태오 작가는 "KT가 민영화된 것 처럼 공기업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에서 편하게 일하다가 나중에 잘리고 회사에 '왜 편한 일만 시켰냐'고 원망하는 신세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직장이나 사회에서 특별히 처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경쟁력을 갖춘 구성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better502@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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