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06-17 16:31 (월)
[김동열 칼럼] 일기일회((一期一會)
[김동열 칼럼] 일기일회((一期一會)
  •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 승인 2019.04.10 10:25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매화 향기가 강추위를 견뎌내고 멀리 화신을 전하는 것처럼, 사람도 역경을 딛고 크게 성장한다. 중소벤처기업부도 2017년 7월 어렵게 출범했다. 1960년 7월 상공부 공업국에 중소기업과가 생긴지 57년만의 일이고, 1968년 중소기업국이 생긴지 49년만의 일이다. 1996년 2월 중소기업청으로 독립한지 21년만에 장관급 부서로 격상된 것이다. 그리고 내년 7월이면 중소기업과가 생긴지 60년이 되고, 중소기업 정책이 시작된 지 60년이 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소기업 정책의 틀이 잡히고 중기부의 위상도 갈수록 튼튼해질 것이다.

중기부가 난산에 난산을 거쳐 출범한 것처럼 초대 중기부 장관의 취임도 그랬다. 초반에 인선부터 난항을 겪더니 청문회 통과에 애를 먹었고 우여곡절 끝에 중기부 출범 후 4개월이 지난 2017년 11월에야 취임했다. 그리고 어제 제2대 중기부 장관이 취임식을 마쳤다. 초대 장관과 마찬가지로 제2대 장관도 청문회를 거치면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신생 부처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모두의 전폭적인 격려가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장관 지명부터 취임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이 참으로 가슴 졸이는 기간이었다.

어제 취임식장에서 들었던 여러 단어들 가운데 상생협력, 공존, 공정경제, 개방형 혁신, 스마트 공장, 플랫폼, 모바일 직불결제(제로페이), 연결과 협업 등은 중기부 업무와 관련된 것들이라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취임사 말미의 ‘일기일회’(一期一會)는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라서 신선했다.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고,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일기일회)이므로 최선을 다해 성실하고 정직하고 당당하게 일하자는 새 장관의 각오이고 주문이었다.


2009년 출간된 ‘일기일회’는 2010년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법문 모음집이며 마지막 유작이다. “누가 나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만들어 간다”, “모든 하루를 자기 생애 최후의 날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은 10여년전 그 책을 읽고 있던 당시 필자의 머리와 어깨 위에서 죽비처럼 번쩍였다. 남 탓하고 게으름 피우기에 바빴던 나날들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죽비였다. 10여년간 잊고 있었던 법정 스님의 말씀과 화두를 되살려준 어제의 취임사가 새삼 고마울 따름이었다.

일본에서는 일기일회를 ‘이찌고 이찌에’라고 읽는다. 일본의 다도(茶道)를 상징하는 단어로서 “다회(茶會)에 임할 때는 그 다회가 일생에 한번 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16세기말에 일본의 다도를 완성했다는 센노리큐(千利休)의 제자(山上宗二)가 한 말이다. 차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차를 음미하는 사람이나 ‘이찌고 이찌에’의 심정이라고 하니 차 마시는 것도 지나치게 엄숙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직업의식은 대개 그러하다. 일기일회, 즉 ‘이찌고 이찌에’의 심정으로 손님을 대한다. “한번 온 손님을 다시 오게 만들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 장사를 해도 성공한다”는 문구가 ‘장사의 신’에 나온다. 그 책의 저자 ‘우노 다카시’가 일본의 선술집(이자카야)을 매번 성공시키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비결이다. 한번 온 손님이 다시 온다는 것은 바로 일기일회의 마음가짐으로 정성껏 손님을 대할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동집과 이자카야, 모노쯔쿠리, 마찌코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들 대부분이 그런 치열한 직업의식에 충실하다.

요즘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어렵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방책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일기일회의 정신이다. 우리 중소벤처기업, 자영업, 소상공인 모두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정성껏 고객을 대하고, 간절하게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최선을 다해 개발한다면 머지않아 위기극복의 빛이 보일 것이다. 일기일회는 중기부 직원들을 위한 4자성어였지만, 더 나아가 우리 모든 경제주체들의 새로운 마음가짐을 촉구하는 의미로도 들렸다.


donykim@kosbi.re.k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