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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칼럼] '내 맘이 불타고 있어요'
[권강주 칼럼] '내 맘이 불타고 있어요'
  •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승인 2019.04.11 13:57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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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최근 과학뉴스에서 접한 인공태양 관련 소식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공강우나 인공강설 등 인위적인 기상조절에 이어 인공태양 개발이 절반쯤은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겠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사람은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지구별에 인류가 생존해 있는 동안 과학문명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까지 변화할까 그 일은 천재과학자에게 맡기고 우리는 다만 상상이나 궁금증의 영역에서 가끔씩 들춰보면 될듯하다.

인류문명의 역사는 불의 역사, 불 조절의 역사, 온도 조절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 과학자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무려 섭씨 1억도 이상의 온도를 제어하는 새로운 기술의 세계가 열리고 있으나 평범한 우리네 일상 속에서 접하는 열에너지는 섭씨 1000도 이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휴지에 붙은 불의 온도는 250도, 모기향불 700도, 담뱃불 900도, 촛불 1400도, 숯불 3000도, 최근 발생했던 산불 온도는 1100도 정도다.

인체의 온도, 건강한 사람의 정상체온은 36.5도를 기준으로 하는데 지금까지 보고된 인간 생존의 최저 체온과 최고 체온은 22도와 44도로 기록되고 있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경계 온도 범위는 32도~42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인체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1~2도 차이에서도 행(幸)과 불행(不幸)이 나뉘고 때로는 ‘하늘과 땅 차이’처럼 생사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다. 사람마다 몸의 온도 조절에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임상경험 속에서 보면 한의학은 역시 신체적 정신적 온도조절의 역사를 가진 임상의학이라는 확신이 든다. 예로부터 한(寒) 냉(冷) 온(溫) 열(熱) 화(火)같은 온도와 관련된 한자어는 물리적 상태 또는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는데 있어 매우 다양하게 사용돼 왔다.


마음에 불이 붙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열 받는다 등등 이러한 것들의 온도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열이 펄펄 끓는 아기 몸의 체온이야 기계적 측정이 가능하지만 애타는 엄마 마음의 온도는 과연 몇 도나 될까. 억울함과 분노로 인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이의 마음에 붙은 불의 온도는 또한 얼마나 되며 머릿속(뇌)을 얼마나 태울 수 있을까.

가정이나 직장에서 억울함과 분노 등 반복되는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하고 누적되어 신체증상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통칭하여 화병(火病)이라 하는데 스트레스 증후군, 분노조절장애 등도 여기에 속한다.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겼던 문화적 배경이 작용한 한국인 특유의 질병형태라고 하여 미국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Hwabyeong’으로 정식 등록한 적도 있었다.

화병의 신체적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두통, 어지럼증, 얼굴 화끈거림이나 식욕저하,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목이나 명치에 덩어리가 느껴지거나 어깨 결림, 옆구리통증, 부종 등을 호소한다.

‘내가 ~때문에 피가 마른다’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화병은 진액을 고갈시키고 오장육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여러 가지 고질병, 난치병, 불치병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오죽하면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한의학에서는 병명(病名)으로서의 화병(火病)과 병인(病因)으로서의 화(火)는 다소 구별되어 치료원칙이 세워진다. 억울함과 분노로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체적 정신적 온도조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지만 적절한 운동과 취미생활은 언제 어디서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건강관리의 기본이다.


kormed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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