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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분노의 극단적 발현 '묻지마 범죄'… 원인과 대책은
사회적 분노의 극단적 발현 '묻지마 범죄'… 원인과 대책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4.17 15:35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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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과 사회적 분노가 대부분 가해자의 '범행 동기'
"예방 위해선 치료 시스템과 사회 정책적 배려 구축 필요"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현장. 아파트 출입구 바닥에 사건 당시 끔찍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 주민들의 핏자국이 곳곳에 가득하다. 이 사건으로 현재까지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현장. 아파트 출입구 바닥에 사건 당시 끔찍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 주민들의 핏자국이 곳곳에 가득하다. 이 사건으로 현재까지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타임즈=윤진석 기자] '불친절해서' '이상하게 쳐다봐서' '나를 무시해서' 

최근 몇년간 발생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이 진술한 범행 동기다. '묻지마 범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와 시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고 그래서 더욱 두렵다. 

17일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해 대피하려는 주민 5명을 살해한 남성은 "임금체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가 직업이 없는 점을 확인하고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보고 있지만 범행의 형태나 동기 등을 보면 '묻지마 범죄'로 강하게 의심된다. 

'묻지마 범죄'는 선진국형 범죄라고도 한다.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면서 커지는 빈부의 격차에 대한 '분노'와 복잡해지는 사회구조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괴감' 그리고 이를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 돌리는 무책임함에서 비롯된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속성장을 해 온 대한민국도 끊임없는 '묻지마 범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 통영으로 향하는 광주 고속버스에서 남해 고속도로를 건너던 박모(22. 여) 씨가 같은 버스에 탑승한 40대 남성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같은 해 6월28일에는 대구 반월당역을 지나다 '나를 쳐다본 것 같았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와 가해자가 이전에 일면식도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대표적인 '묻지마 범죄'로 볼 수 있다. PC방 아르바이트 직원이 불친절하고,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벌인 이 참혹한 사건은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다만 가해자 중에서 정신질환자가 많고, 이들이 사회에 대한 강한 분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가해자들의 범행 동기로 정신병적 증상 등의 이유로 저지른 경우(26.5%)가 가장 많았고, '폭력성을 과시하거나 그냥 저지른 경우'(25%)와 '분풀이와 스트레스 해소'(23.5%) 등이 뒤를 이었다. 

정신병적 원인과 사회적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안성훈 법무사법개혁연구실 박사는 "묻지마 범죄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한 원인 없이 행한 범죄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다만 선행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에 의해 많이 발생하고 사회에 대한 불만의 극단적 표출 등으로 그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일부 정신질환자들의 배경을 잘 살펴보면 평소 치료를 잘 받지 못하고 있거나, 사회적 지원이 미미해 결국 병을 키워 사단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이 심각해지면 '자신에 대한 공격'과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발현되는데, '자신에 대한 공격'의 경우 자해와 자살 등으로 이어지고, '타인에 대한 공격'인 경우에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안 박사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제대로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며 "정신질환 관리는 치료의 영역과 사법의 영역 두가지로 나뉘는데, 가장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 두 영역의 협조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묻지마 범죄'를 일으킨 정신질환자의 경우 치료감호소(법무병원)로 가게 되는데, 치료감호소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소관이다. 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주무부처의 한계로 인해 미흡한 점이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무부의 잘못은 아니지만 보건복지부의 소관이 아니다보니 의사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치료감호소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묻지마 범죄'의 또 다른 원인인 사회에 대한 분노는 현대 사회의 특징이자 구조적인 문제다. 이 유형의 가해자들은 불우한 가정 생활과 경제적 궁핍 등의 사회적 이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 10명 중 7명(72.9%)가 월평균소득이 없었고, 부모(50%) 또는 형제(37.5%)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좋은 경우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경쟁위주의 사회구조에 따라 소외되는 자들이 증가하고 이들의 불만과 좌절감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극단적인 분노와 증오로 표출된 것이 '묻지마 범죄'라는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묻지마 범죄'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정신질환에 의한 우발적인 발생 또는 사회에 대한 반감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형태인 만큼, 단순히 처벌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치료 시스템 구축과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관심 등이 이 반사회적 범죄를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yjs@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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