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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칼럼] 성악가의 음역(音域)
[김종호 칼럼] 성악가의 음역(音域)
  •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 승인 2019.04.18 12:57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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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베이스로 한국을 대표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는 한 동료 성악가의 일화다. 고교 동창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졸업 후 처음 만나는, 그러니까 30여년 만에 보는 친구가 걱정스런 얼굴로 다가오더니 이렇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너는 아직도 베이스 하니?` 말의 요지인즉 그렇게 오래 노래했으면 바리톤으로 올라가고 또 테너로 올라가야지 아직도 베이스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냐는 걱정 어린 친구의 마음이었다.

성악가의 음역을 크게 나눠보면 여성은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앨토로 나뉘고 남성은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뉘는데 이는 또 각 부분별로 음색에 따라 좀 더 세분화하여 나뉜다. 각 파트는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노래하는 음역대도 약간씩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페라에서 성악가를 섭외할 때에는 극중 인물의 성격 표현에 적합한 음역과 음색의 성악가를 캐스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같은 테너라 해도 오페라 라보엠의 로돌포와 같이 젊은이들의 애틋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배역에는 맑고 서정적인 목소리의 테너(리릭 테너)에게,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과 같이 강한 성격의 배역에는 굵고 강한 음색의 테너(스핀토 테너)에게 그 역할을 노래하게 하고 바리톤과 베이스도 마찬가지로 배역에 따라 음모를 꾸미거나 복수와 같은 역할에는 어둡고 강한 음색의 바리톤(드라마틱 바리톤)이, 왕의 역할에는 중후하고 깊은 저음을 자랑하는 베이스(바소 프로폰도)에게 역할을 맡긴다.


국내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중에 가장 빈번하게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인데 초연 당시에는 공연이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가녀리고 폐결핵으로 죽어가는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가 너무나 건장한 외모와 힘찬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 죽어가는 사람으로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아 관객들의 조소와 야유로 공연이 조기에 막을 내렸다니 배역에 맞는 음역과 음색의 성악가를 캐스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음역과 음색을 가지고 극중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기 때문에 어느 음역이 더 좋고 어느 음역은 나쁘다고 비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단지 성악가는 자기에게 주어진 음역 안에서 목소리를 개발하고 그것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지 타고난 음역이 베이스인데 노력해서 바리톤으로 올라가고 또 테너로 승진하듯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만일에 올라갈 수가 있다고 해도 모두가 테너가 되어 너도나도 높은 소리만 내고 있다면 얼마나 시끄럽고 피곤한 일인가, 이는 피곤을 넘어서 견딜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고유의 특성을 지닌 성악가의 음역이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오페라를 완성하듯이 고유의 모습과 생각을 지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면 마치 한편의 오페라와 같은 이 세상에서 그 역할은 더욱 빛나고 소중한 삶의 자리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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