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현 칼럼] 기본소득 실험,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신기현 전북대학교 교수겸 지방자치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19-04-23 16: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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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현 전북대학교 교수겸 지방자치연구소장
신기현 전북대학교 교수겸 지방자치연구소장

전 세계적으로 기본 소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인도의 총선에서 기본소득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후보 중의 한 사람이 기본소득을 자신의 상표처럼 내거는 정도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매달 1백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해준다면야 사회 구성원의 많은 수가 이에 대해 반대할 리가 없다. 나의 호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정책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과연 그러한 정책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을 거둔 적이 있던가?

◆기본소득을 불러내는 시대 상황

현대 기본소득 주창자 중의 한 사람인 벨기에 출신 정치철학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는 정의로운 사회란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로 정의로운 사회가 지향하는 바는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의 도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적인 소득이란 그야말로 아무런 조건 없이(자산 조사 없이, 근로조건 부과 없이, 거주지와 무관하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궁극적으로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이란 실질적인 자유의 공정한 분배를 의미한다.
기본소득 인식은 토머스 모어 이래로, 토머스 페인, 찰스 푸리에, 칼 마르크스, 버트란트 러셀, 에리히 프롬 등의 사상 속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사회 배당’, ‘국가 배당’, ‘데모그란트’, ‘음의 소득세’ 등과 같은 논의에서 구체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기본소득은 저개발국가인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실험 형태로 사업이 진행된 바 있으며, 브라질,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캐다다 등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실험이 지속되었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미 1976년부터 석유 수입 등으로 조성된 알래스카 영구 기금을 통해, 그 수익금을 2년 이상 거주한 모든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분배해왔으며, 핀란드, 캐다다 등은 최근에 들어와 직접 시험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스위스는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조항을 헌법에 담을지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스탠딩(Guy Standing)은 최근 4월 16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기고를 통해 좋은 사회로의 이행을 가로막는 8개의 장애 요소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 유연한 노동 시장과 기술적인 혼란 등에 따른 만성적인 경제 불안; 부채의 증가; 각종 우울증, 정신병, 자살 충동 및 불안, 부적절한 느낌과 신체 질환 등에 따른 스트레스; 안전한 직업이 없이 휘발성 임금에 의존하는 위태로운 노동; 대량 실업을 초래할 것으로 보는 로봇; 자원고갈 그리고 포퓰리즘(대중주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시대 기본소득 실험의 과제

좋은 사회로의 이행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정녕 기본소득일지는 각국이 앞을 다투어 실험에 들어가고 있으니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옛 사람들이 사람은 제 각기 먹을 것을 타고 난다고 했는데 바로 소박한 인식이 좋은 사회로 가는 장애 요소들을 극복하면서 구현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도 선거를 둘러싸고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청년수당, 농민수당 형태로 사업을 구상하였고, 경기도는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하는 수준에 와있고, 이제는 기본소득박람회까지 개최하는 수준이 아니던가.
문제는 이러한 기본소득이 단순히 시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해야 하고 일자리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국가에서 시혜가 아니라 존엄성을, 시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요구하고 있음을 우리의 정책 설계자들도 눈여겨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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