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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옥 칼럼] 시와 그림이 공존하는 서예
[송동옥 칼럼] 시와 그림이 공존하는 서예
  • 송동옥 서예가 객원편집위원
  • 승인 2019.04.25 14:16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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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옥 서예가 객원편집위원
송동옥 서예가 객원편집위원

서예란 순수하고 참된 심의가 빚어내는 조형예술이다. 동양 미학의 관점에서 보면 서예의 훌륭한 작품 속에는 시와 그림의 영역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서예의 세계를 접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아니 나에게 있어 서예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산골 오지인 마을의 서당이 바로 우리 집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한자와 서예를 접하며 글에 대한 깨우침을 받았고 붓이 주는 가르침을 배웠다. 도회지로 진학한 뒤 본격적으로 글씨와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강암 송성용선생을 만난다.

서예가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인 것은 한 획에 두 번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이다. 한지에 먹물이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의 손질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의미도 없어지는 것이 서예가 가지는 특징이자 매력이다. 한 획을 긋기 위해 처음 붓을 대고 때기까지의 짧은 순간에도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며 작품을 진행하는 동안 내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이렇게 계속되는 작품 제작 시간은 많은 고뇌와 성취, 슬픔과 환희를 함께 한다.

그래서 서예와 같은 조형도 시간 예술이다. 그림의 선과 색을 보고 그림을 그렸던 시간이 있었던가 하면 지금은 그 순간의 사람의 마음을 읽고 자연의 움직임을 보려 한다. 작품을 한 번에 끝내지 않고 어느 정도 작품이 자리를 잡으면 작품을 중단하고 접어 두었다가 작품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 다시 작품을 꺼내 완성시켜 나간다. 작가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강한 힘만을 가지고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대하는 숭고한 자세를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시간이 나에게 주는 교훈이자 순수한 가르침이다.

송동옥 서예가 객원편집위원
송동옥 서예가 객원편집위원


시와 그림이 공존하는 서예 작품 속에서 언젠가부터 전통과 장르와 소재를 뛰어 넘는 활동을 갈구하고 있다. 그림을 신화적 증언이나 부적에 가깝게 그리기도 하고 수복기원(壽福祈願ㆍ그림)과 음양오행의 여러 형상들을 담아낸 종이 부조를 만들기도 한다. 실험적 작품 활동에서 서예의 참 맛을 맛본다. 구체적인 사고를 소중히 여기고 생활과 체험을 사랑하며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무질서를 즐기는 서예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작품 이상의 세계이다.

서예의 세계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다. 한 획 한 획 써가는 글씨에서부터 그림의 세계로, 또 형상과 조형의 세계로, 무한한 세계에서 우리 고유의 멋과 동양의 선과 정신을 추구한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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