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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칼럼] 내 몸에 물이 넘치다
[권강주 칼럼] 내 몸에 물이 넘치다
  •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승인 2019.04.25 14:14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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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이른 봄꽃들이 피고 지는 사이에
물 오른 은행나무 가지에는

갓난아기 조막손모냥 어린잎들이 손을 내밀고/
물가에 늘어진 버들가지는
초록이 눈 터 봄바람에 하늘거리네/
4월이 다 가면
뜨락에 영산홍도 피고 지고 피고지고
툭툭 떨어진 꽃잎들은 풀밭 위에 점점이/
수를 놓겠지 아마도 그것은
푸르고 푸른 그대 마음에
영산홍 꽃처럼 붉은 내 마음일러니/
물 먹은 화선지에 번지는 것은
오랜 그리움과 언제나
첫눈처럼 다가오는 설레임이지(중략)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문득 시 한 수를 읊조리다가 그래 그렇지, 물길이 열리니 꽃이 피고 잎이 돋아나는 것임을 깨닫는다. 사람의 몸도 이와 다르지 않아 더도 덜도 않게 적절한 수분공급이 이루어지고 물길이 바르게 열려야 질병 없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수분조절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부분의 건강관련 전문가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충분한 물을 마시라고 권고하지만 이를 꼭 실천해야 할 사람과 그러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물을 안 마셔서 병이 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너무 많이 마셔서 병이 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병리적 원인이 없는 단순한 수분부족만으로도 만성피로와 신체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실제로 이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도 의외로 많은데, 이 경우라면 물만 제대로 마셔도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만약 여러분 중에 누군가 지금 갈증을 느끼고 있다면 누가 봐도 분명한 수분부족 상태이므로 즉시 물을 마셔야 한다. 그런데 갈증은 없지만 물을 마시면 시원하고 물맛이 좋게 느껴진다면 이 사람 역시 수분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어 물을 마셔야 한다. 피로하고 지칠 때 물만 충분히 마셔도 피로가 가시고 기력이 회복될 것이다.

이와 달리 물을 많이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사람들도 많은데, 정작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무작정 주변 정보를 쫒아 억지로 물을 마시다가 되레 병이 깊어져 오는 환자들을 보면 정보 홍수를 탓해야 하나, 정보 부족을 탓해야 하나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무더운 날씨이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직업조건, 분주한 활동과 운동 등은 당연히 체내 수분 소모량이 많기 때문에 누구라도 물을 마시게 되지만,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도 호흡과 피부를 통해서 배출되는 수분량이 사람마다 달라 물을 많이 소모하는 체질과 적게 소모하는 체질로 구별된다. 이를테면 열(熱)체질과 한(寒)체질, 혹은 더위를 잘 타는 체질과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쉬울까, 나아가 열성(熱性)질병 상태이거나 한냉성(寒冷性)질병 상태일 때의 수분섭취는 마땅히 다르게 조절되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에는 이러한 수분섭취의 오류로 인해 오랜 기간 병원을 전전하면서 증세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체질적으로 수분소모량이 적거나 한냉성(寒冷性)질병상태인 경우 일반적인 수분섭취 권장량을 기준하여 강박적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면 그의 질병은 결코 치료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체질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든 병리적인 수분대사장애에서 발생한 것이든 체내 과도한 수분정체는 그 흔한 사지부종 안면부종 외에도 신체의 여러 부위에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두통이나 어지럼증 이명 메스꺼움 소화불량 구역질 장명(腸鳴) 설사(泄瀉) 허리 혹은 무릎의 통증 관절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을 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에 침범하여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수분대사장애에 대한 이해와 함께 찬물을 마시는 것과 강박적인 물마시기를 중단한다면 인체의 비밀을 하나 더 발견하게 될 것이며 건강을 회복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kormed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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