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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토크] 한진가, '형제의 난'서 ‘남매의 난’?...흑역사 피하길
[뒤끝토크] 한진가, '형제의 난'서 ‘남매의 난’?...흑역사 피하길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9.05.13 05:2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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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가라”던 조양호 회장의 유훈 되새길 때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한국 재벌들의 형제간 권력을 두고 치고받는 갈등을 흔히 조선시대 왕위 계승권에 빚대 ‘왕자의 난’, 혹은 ‘형제의 난’이라고 비유하지요. 

그런데 최근 왕자의 난 혹은 형제의 난이란 비유에서 다소 익숙하지 않은 ‘남매의 난’이란 말이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재계순위 14위(지난해 기준)인 한진그룹 얘기죠. 

사실, 왕조시대를 떠 올리게하는 한국 재벌의 왕자의 난 혹은 형제의 난은 2세 혹은 3세간 형제들끼리의 싸움을 비유하는 재벌 총수 일가의 민낯이 돼 버린지 꽤 오래입니다. 

대표적으로 2000년 3월 14일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전 회장의 아들인 정몽구·정몽헌 당시 공동회장 체제에서 발생한 싸움은 언론에서 첫 왕자의 난으로 불렸지요. 2005년 두산그룹 경영권이 박두병 회장의 차남인 박용오 회장에서 3남 박용성 회장으로 승계되면서 발생한 싸움은 형제의 난으로 불렸고요.

또 1969년 말부터 2014년까지 이어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맹희 CJ그룹회장간의 형제싸움은 물론 롯데그룹, 금호그룹, 한진그룹 등 국내 주요 재벌기업 총수일가 역시 ‘형제의 난’이란 표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조현아·조원태·조현민 한진家 3남매(사진합성=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그런데요. 한진그룹은 2세인 장남 조양호 전 회장과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삼남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막내 조정호 매리츠금융지주 회장 등 지난 2002년 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 사후 4형제간 벌어졌던 형제에 난에 이어 이번에는 3세 장녀 조현아, 장남 조원태, 차녀 조현민간 3남매의 난으로 번질 조짐입니다.   

그동안 재벌총수 일가의 2세 간 권력다툼은 흔했지만, 한진그룹처럼 2세와 3세에, 그것도 남매의 난으로 불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단정적으로 남매의 난이 발생했다고 예단키는 힘들지만, 최근 고인이 된 조양호 회장 대신 새로운 그룹 총수를 세워야 하는 문제가 깔끔히 정리되지 않으면서 3남매 간 갈등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초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회장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신임회장으로 선임되면서 3남매간 경영권 교통정리는 마무리 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5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이 공정거래법상 차기 동일인(총수)을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한 자료를 기한까지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남매간 갈등설이 본격 점화됐지요. 

이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칼 신임회장으로 선임된 마당에 공정위에 동일인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남매간 사전조율이 되지 않은 채 그룹이 서둘러 조원태 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했거나, 지분배분에 자매가 불만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다만, 남매의 난 갈등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한진그룹은 지난 10일 늦은 저녁, 그룹 총수로 조원태 한진칼 회장을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오는 15일까지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하기로 하는 등 ‘남매의 난’으로 기록되는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애 쓰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한 차례 갈등설이 불거졌고, 과거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전력이 있는 두 자매의 성격을 짐작해봤을 때, 다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남매 모두 각자의 성격들이 대단하다”며 “특히 조현아씨와 조현민씨는 이미 알려진 대로 한 성깔하는 인물들이라, 지분 배분 키를 쥐고 있는 어머니 이명희씨의 결정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3남매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정을 내렸을 경우 정말 가족끼리 치고받는 ‘남매의 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더군요. 

만약 3남매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정 등으로 차후 갈등이 커지고 분쟁이 본격화 된다면 한진그룹은 2세 형제의 난에 이어 눈뜨고 보기 민망한 3세 ‘남매의 난’이라는 ‘재벌 흑 역사’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뒤끝토크는 이런 재벌 흑 역사를 더 이상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써 봅니다. 이미 왕조에 가까운 한국 재벌들의 경영세습은 굳어진 상태라 기자가 뭐라고 말해도 바뀌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형제간, 남매간, 가족끼리 싸우지 않고 함께 기업을 이끌어 가는 훈훈한 사례를 ‘한민족의 전진’인 한진그룹 3세가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록 故조양호 회장은 형제간 분쟁으로 연을 끊고 살다시피 했다지만, 마지막에는 “가족들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가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니까요. 오늘의 뒤끝토크 였습니다.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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